(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사람들에게 천문학자는 낭만적인 직업으로 다가온다.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주인공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인간을 상대하는 일이 힘들다며, 다음 생에는 천문학자나 등대지기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심채경 박사는 천문학자가 실은 사람을 자주 상대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별과 행성은 대중에게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여기저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등 연구 외에도 많은 사회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행성 과학자, 심채경의 에세이집으로, 천문학자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 별을 직접 보는 대신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정 처리를 하는 일상에서 하는 크고 작은 생각을 독자와 공유한다. 동시에,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가 어떻게 낭만적일 수 있는지 소개하며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는 걸 알려준다. 

저자는 현재 대전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목성, 토성, 혜성, 타이탄 등의 대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학부 연구생에서 시작해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였을 때까지의 경험을 담고 있다. 특별한 비전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그가 연주시차를 설명할 때 초롱초롱해지는 학교 선생님의 눈과 랩미팅 때 본인이 나서서 가장 열정적으로 발표하는 교수님의 눈에 이끌려 타이탄 연구로 학위를 받은 이야기는 친숙하면서도 새롭다. 최근,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과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하여 천문학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짝이던 저자의 눈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후로는 ‘이과형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상 속 에피소드와 천문학에 관한 에세이가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이 책이 마무리된다. 

과학 용어가 종종 등장하기에 이런 용어가 친숙한 사람은 여러 차례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을 모른다고 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천문학자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그 삶이 동시에 열정을 다해 사는 청춘의 이야기, 비정규직 사회초년생의 이야기,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의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담백한 문체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웃음과 감동 포인트 덕에 편안하면서도 쉴 새 없이 빠르게 읽힌다.

 

“해 지는 걸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에서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 그가 슬플 때 당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 줄 수는 없지만, 해 지는 것을 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p. 165)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