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0월 25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메가박스 제공
10월 25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메가박스 제공

 

전쟁의 겁화가 어머니가 계신 병원을 집어삼키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작한다. 슬픔을 소화할 새도 없이 내려간 시골에서, 주인공 마히토는 조금은 섬뜩한 탑 속 세계로 휘말린다. 전쟁으로 인해 대피한 시골에서 소년소녀가 위험이 도사리는 모험의 세계를 접하는 것은 <판의 미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피터 팬 2> 등 수많은 이야기에서 접할 수 있었던, 전형적인 전개다.

탑 속의 세계는 마히토에게 사라진 의붓어머니를 찾아와야 하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불로 대표되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요람이기도 하다. 폭격으로 인한 화마로 어머니를 잃은 마히토는 타 죽는 악몽에 시달리지만, 역설적으로 탑의 세계에서 마히토를 구해주는 히미와 키리코는 전부 불을 사용하는 인물이다. 상실의 아픔에서 허우적대던 마히토는 적대시하던 왜가리와 친구가 되고, 의붓어머니에게 다가가게 되며, 마침내 전쟁이 남긴 상처와 악의를 딛고 일어선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생애와 함께 그의 세계관을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이다. 이에 따라, 관객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시하는 상징 아래의 맥락을 놓치기 쉽기에 난해한 영화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이기에,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자서전을 읽듯 마히토의 모험을 따라간다면 영화가 제시하는 화두인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은 보통 앞선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하는 질문이다. 영화 내의 다양한 상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세대에 관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탑 속의 세계는 생과 사가 교차한다. 탑 속 세계의 생물 와라와라는 영양분을 얻은 뒤 원래 세계에서 아이로 태어난다. 펠리컨은 태어나기 위해 비행 중인 와라와라를 생존을 위해 잡아먹는다. 이는 어쩌면 번영을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를 포함한 다음 세대에게 짐을 지웠던, 전쟁을 일으킨 하야오의 아버지 세대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바다로 끝날 세계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이상향을 건설해달라는 큰할아버지의 종용에도 마히토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 왜가리와 키리코와 같은 친구를 만들겠다고 대답한다. 여러 갈래의 해석이 있겠지만, 어쩌면 영광을 준 본인의 성공작을 큰할아버지가 그러했듯 탑처럼 쌓아가며 관조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본인의 세상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들린다. 매스컴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에도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으로서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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