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에서 동네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다 대학을 와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다양한 어투와 생소한 단어가 들려오곤 한다. 아무리 옅어졌어도 지역에 따른 문화와 그들의 사투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가는 사투리, 우리의 고유한 언어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지역의 소중한 재산, 방언

“사투리가 뭐유?” “뭐긴 뭐여~. 우덜이 허넌 말이 사투리지~.”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적 언어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적 통일을 기하기 위해 국어 정책의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제정한 언어이자 대한민국에서는 현대 서울말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언어이고, 정규 교육이나 뉴스와 같은 매체 등 공적인 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표준어는 언어의 중심이 되기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

한 국가의 모든 사람이 표준어를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이 쓰이고 있는 오랫동안 그 지역 내에서 머물던 언어는 해당 지역의 특색을 입어 발음, 단어, 어미, 말씨 등의 측면에서 고유한 값을 갖게 된다. 이렇게 일정한 지역이나 사회 계층에서 사용하는 언어 체계를 방언이라 한다. 이 방언은 오랜 시간을 두고 대대로 이어져 오며 만들어진 토종 언어이다. 모든 방언은 한 개별 언어의 하위 형식에 속하나, 그 지역, 계층에서 쓰는 언어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방언은 지역적 또는 사회적 요인에 따라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으로 세분화될 수 있으며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방언학이라고 한다.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뜻하는데, 한 지역에서는 사투리뿐 아니라 표준어도 사용하여 지역의 독립된 언어체계를 구축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방언과 사투리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대체로 동일한 의미로 취급한다. 

방언에는 각 지역의 토박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담겨있다. 같은 방언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지역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을 하나로 엮어준다. 또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지역마다 고유한 언어적 특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한 언어가 지역적으로 분화되어 지역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말을 지역 방언이라고 한다. 지역 방언을 통해 국어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고,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언어의 방언을 어휘, 음운, 문법, 의미 등과 같은 언어적 특성의 차이에 따라 몇 개의 지역으로 구획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방언은 크게 6개로 나뉘며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어학을 연구하던 일본의 언어학자 오구라 신페이가 방언 현지 조사를 거쳐 경상 방언, 전라 방언, 함경 방언, 평안 방언, 충청, 경기, 황해, 강원을 포함한 경기 방언, 제주 방언의 6대 방언권으로 구분한 것이 대체로 이어진다. 
 

사투리의 가치

말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과 전하는 사람에 따라 점점 변화하고 흐른다. 말이 흐르는 처음의 출발 지역을 개신지역이라 하는데, 여기로부터 주변 지역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다. 주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중심지인 서울로부터 지방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이 산, 강 등 지리적 장애물이나 그 밖의 다른 연유로 이웃 문화와의 접촉이 끊기게 되면, 그렇지 않은 지역과 말이 달라진다. 이렇게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쌓아가고 진화시킴에 따라 언어를 변화시켰다. 

우리나라 방언은 소리를 내는 것이 다르고, 단어나 표현뿐 아니라 말씨, 말투와 말의 가락까지도 다르다. 이는 방언에 사회적, 문화적, 지형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 중심에는 각 지역 사람의 삶과 터전, 그리고 그 위에 축적된 문화가 있다고 본다. 방언은 지역 사람들이 강구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며, 그 자체로 지역의 문화를 담았다. 

표준어는 지역, 계층, 나이, 직업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꾀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 그에 반해 방언이 지니는 가치는 민족의 역사와 국어의 특성을 보여준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방언은 국어의 여러 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음운 현상 등 여러 방언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모여 국어의 특성을 이루게 된다. 또한 국어의 역사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언어는 역사와 함께 생성, 발전, 소멸의 변화를 거치게 되는데,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현재는 없어진 말이 어느 지역의 방언에는 남아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상도 방언은 음운, 어휘, 문법 등에서 중세 국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 중세 국어의 운율 체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며 ‘ㅂ’의 약화 과정을 유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방언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과 풍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언어에는 민족의 정서와 사상이 들어있고, 방언에는 그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방언이 가득 담겨있는 민요나 전래동화를 듣다 보면 시간을 관통하는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느리지만 여유로운 충청도 방언

방언은 지역마다 방언의 고유 특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전라도는 친근하고 나긋나긋하며 익살스러운 맛을 풍기는 부드럽고 고운 방언이고, 경상도는 높낮이를 중히 여겨 억센 미감이 있는 방언이라고 평해진다. 말을 간단히 줄이기도 해 경상도만의 무뚝뚝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충청도는 길이(음장)를 중히 여기되 서두름이 없는 온화함과 간결함이 묻어난다. 느리지만 그만큼의 여유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좀 지둘러봐유~. 그랴, 됐지 뭐. 안 그랴?”

이런 말을 들으면 쉽게 화자가 충청도 사람임을 유추할 수 있다. 충청도 방언은 다른 지역과 구분할 수 있는 정감 가는 몇 가지 특성을 띤다. 가장 대표적인 특성은 말꼬리를 길게 빼서 늘어뜨린다는 점이다. 실제 말의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지만, 말꼬리에 한두 박자를 더해 얹어주듯 말끝을 다소 길게 뺀 것이 듣는 사람에게는 느린 것으로 인식되어 충청도 방언의 특징으로 일반화된다. 긴 말꼬리에서 연유된 느리다는 인식은 행동이 느리고 게으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이에 순박하고 굼뜬 사람들로 특징화되어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매체에 등장하곤 한다. 느리다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길게 늘인 말끝은 안정감과 친근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또 충청도 방언은 그 말속에 충청도와 충청도 사람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의중을 묻는 말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 그 예시이다. 좀만 깎아 달라는 질문에 “됐슈~”하며 단호하진 않지만 간단한 형태로 우회하는 답변을 내놓거나, 이따가 술 한잔하자는 권유에 “봐서~”라며 생각해 본다는 말로 뜻을 내비친다. 게다가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말투는 더욱 아리송하고 밍기적거리는 것 같다. 충청도 말투는 직설적이거나 과격하지 않고 차분하다. 상대를 치밀하게 배려한다. 충청도 사람들만의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신중함이 묻어나는 문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발음에서도 충청도 방언은 큰 특징을 보인다. ‘음운 현상’인데, 어른을 으른이라고 발음하거나, 거짓말을 그짓말, 없어를 읎어라고 발음하는 것 그리고 -도를 -두로, -고를 -구로 발음하는 것처럼 오 발음을 우 발음으로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대표적인 충청도 말투인 -요를 -유로 바꾸어 발음하는 현상의 중요한 기제로 여겨진다. 그 외 -했대와 같이 종결어미 -대에서 -댜로 늘어뜨려 말하거나, 어디, 언제 등에서의 어-를 워-로, 또는 오-로 발음하곤 한다. 이 발음들은 다른 지역의 방언에서 들을 수 없는 충청도 특유의 발음들이다. 
 

사라져 가는 사투리

구수한 방언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멋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고 많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방언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이에 국가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방언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국립국어원에서는 방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면 방언 찾기 사이트에 접속하여 검색할 수 있고, 그에 해당하는 표준어와 지역까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속 터지는 충청말> 시리즈, <충청남도 예산말 사전> 시리즈를 집필한 이명재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충청남도 예산을 비롯한 충청남도에서만 쓰이는 낱말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내고 있다. 이명재 시인 뿐 아니라 각 지방에는 지방에 대한 애정으로 방언을 정리 보존하는 언어학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듣기만 해도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는 방언이 오래오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문헌 |
<사투리로 읽어보는 충청문화>, 김정태, 이명재 (2021)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홍종선, 신지영, 정명숙, 황화상, 김원경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