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원 확충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이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10년간 의대 정원을 크게 확대한 것에 반해, 한국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18년째 3,058명 수준으로 의사 수가 동결되어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지방의료원 폐업 등이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의사협회의 반대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2025년 대입의 의대 정원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의약분업 때 줄인 300명을 다시 늘리는 안에서부터 많게는 2,000명까지 다양한 증원 규모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가 부족한 분야에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도의 안이한 대응이 아니라,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필수 의료분야의 과도한 업무 강도를 완화하고 비급여 분야와의 임금 격차를 보충해주는 방안, 불필요한 의료 분쟁 시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지방 의대 정원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의대 정원을 지역인재정원에 추가 배정하는 방법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의료인력을 수급하는 한편, 이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우리 학교로서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은 몇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공계 교육 전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이번 결정은 최근 우리 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도 직결된다. 우리 학교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의료분야의 디지털 혁신,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등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공학적 배경을 갖고 연구에 전념하는 의사 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한 과기의전원 설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몇 명 늘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넘어, 향후 증원될 의대 졸업생을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한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부문에 적절히 배치하고, 나아가 기초 및 융합적 의과학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료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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