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우리 학교 교학기획팀은 지난 봄학기의 P/NR 제도 현황 및 성과를 발표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P/NR 제도는 신입생에 한하여 1학년 기간에 걸쳐 학기당 최대 9학점의 과목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학사 제도이다. P/NR 제도가 적용된 교과목의 경우, 기존 ABC 학점이 아닌 P/NR 기준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 경우, 기존 평가 방식에 따라 D- 이상의 학점을 받은 경우 P로 성적표에 표기되며, F를 받은 경우,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는 NR 처리가 된다. 당초 신입생들의 학교 적응 향상 및 진로 탐색, 학점 경쟁 부담 완화 등을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였지만, 도입 초부터 재학생과 교원들 사이에서는 학업 역량 저하, 수업 태도 불량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매우 컸다. 실제로 본지가 올 초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재학생 및 졸업생 응답자 701명 중 501명(71.5%)의 학생이 현행 P/NR 제도 도입을 반대한 바가 있었다. (관련기사 본지 513호, <23학번부터 적용되는 P/NR 제도, 학생사회는 어떻게 바라보나>) 이번 설명회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실제 현황을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본지는 이번 기사를 통해 설명회의 내용을 원종대 교학기획팀장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다시 톺아보는 한편, 설명회에서 미쳐 나오지 못한 여러 우려와 실상에 관한 교학기획팀의 대답을 듣고자 했다.
 

P/NR 제도 학점, 대부분 기초 과목에 몰려

원 팀장에 따르면, 지난 학기 신입생 831명은 총 14,889학점을 신청했다. 이중 P/NR 제도 활용 학점은 5,470학점(36.7%), 미활용 학점은 9,419학점(63.3%)으로 약 1/3 정도의 학점에 P/NR 제도가 쓰였다. 원 팀장은 “전체 학점을 100%로 볼 때, 기초 과목에 활용이 많았다”라는 한편, “미활용 과목 역시, 기초 과목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5,470학점의 P/NR 제도 활용 학점은 기초 과목 4,472학점(30.0%), 전공 과목 588학점(3.9%), 교양 과목 410학점(2.8%)으로 구성되었으며, 9,419학점의 미활용 학점 역시 기초 과목 5,602학점(37.6%), 전공 과목 974학점(6.6%), 교양 과목 2,843학점(19.1%)으로 구성되어 전반적으로 기초 과목에 치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 팀장은 “신입생 특성상, 기초 과목을 많이 듣는 구조라 비교적 기초 과목을 많이 듣는 현상은 유지된 듯하다”라고 설명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하여 전공 과목에 도전하는 학점 수는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2014년-2022년) 1학년 전공 과목 평균 신청 학점수는 학기당 718학점이었으나, 2023년에는 총 1,562학점으로 117.5% 가량 증가했다”라며 “이러한 수치는 기존 의도와 같이 전공 탐색에 일찍이 뛰어든 학생이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인당 평균 수강 학점 역시 지난 10년간 평균 17.0학점에서 올해 17.9학점으로 0.9학점 가량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P/NR 제도 도입 학기, GPA 소폭 증가했으나 당장에 우려할 수치는 아니다”

원 팀장은 가장 우려되었던 학점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도 입을 뗐다. 원 팀장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GPA와 비교시, 올해의 학점이 0.18점 정도 상승했다. 그는 “0.18점이 마냥 작은 수치는 아닐 수 있다”라며 재학생들의 불안을 이해한다는 심지를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한 학생당 평균 18학점 가량을 수강하고, 이중 P/NR 제도 수강 학점이 반 정도가 된다고 볼 때 증가한 GPA는 전체 졸업 학점 138학점 중 9학점 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당장에 우려할 정도의 수치는 아닌 듯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확한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계속 강조했듯, 3-4년 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원 팀장은 “P/NR 제도를 적용시 GPA가 소폭 상승한 데에는 A나 B학점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부분보다는 P/NR 적용 과목에서 C, D, F학점의 비율이 늘어난 데에 있다”라며 “F 등의 GPA를 받아 재수강하는 학생들이 P/NR 제도를 받지 못하는 2학년 이후의 시점에서 어떤 GPA를 받는지 역시 졸업 학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며 장기간 관찰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A학점 비율과 올해의 A 학점 비율은 P/NR 제도를 적용해도 외려 0.3%p 가량 감소했으며 B학점 역시 올해 비율이 지난 10년의 비율보다 0.2%p 가량 감소했다. 반면에 F/U 등급의 학점은 올해가 지난 10년에 비해 3.6%p, 약 2배 가량 증가하였다.
 

“P/NR 제도 활용/미활용 과목간 학점 격차가 큰 것은 사실, 이가 학업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는 속단은 일러”

본지는 학업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물었다. 원 팀장은 “학업 역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우려였다”라면서 공감을 표했다. 그러며 “실제로 P/NR 활용 과목과 미활용 과목 사이 학점이 크게 갈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 팀장은 “이를 학업 역량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자율적인 학업 역량 분배를 통해 미활용 과목에 좀 더 신경 쓰는 것도 당연하다”라면서 “P/NR 제도 미활용 학점이 60% 이상인 시점에서, 단순히 이러한 현상을 학업 역량 저하로 바라보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원 팀장은 “추후 전공 과목 공부에 필요한 기초 과목의 경우, P/NR 제도가 추후의 학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역시 이해한다”라는 한편, “다만 학생들에서 다른 피드백이 나오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몇몇 학생의 경우, 전공에 따라서는 본인의 전공 과목 공부에 덜 중요한 일부 기초 과목 대신 빨리 전공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라며 “기초 과목에 P/NR 제도를 썼다고 전공 과목까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는 시기상조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시에 아직도 많은 기초 과목이 P/NR 제도 미활용인 만큼, 학생들 스스로 상위 학과에 필요할 기초 과목 수강에는 적극적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본지는 “신입생이 몰리는 기초 과목 특성상, 같은 학점이라도 과거보다 더 쉽게 받지 않겠냐”하는 일각의 우려 역시 전달했다. 원 팀장은 “우리 학교는 절대 그렇게 학점을 주는 학교가 아니다”라며 “기초 과목 담당 교수님들은 오랜 기간 해당 과목을 맡으셨기에 각 학점에 대해서 최소로 보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교학기획팀 또한 이러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기에, 기초 과목 담당 교수님들께 여쭤본 바가 있다”라며 “교수님들께서 객관적인 A의 기준, B의 기준, F의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했기에 쉽게 A를 취득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라고 밝혔다.
 

몇몇 기초 과목에서 급증한 F학점, “해당 문제 막고자 교학기획팀과 학과에서 노력 중이다”

원 팀장은 “전반적인 기초 과목에서 F학점이 급증하지 않았으나, 일반물리학1과 일반화학1, 두 과목에서는 유독 F학점이 대폭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원 팀장은 “각 학과장께서도 교학기획팀에 먼저 찾아와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라며 교학기획팀 역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으로 교학기획팀이 홍보를 잘못하여 P/NR 제도 활용 과목에서의 학업 태도에서 유난히 문제가 드러난 것이 아닐까”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하여 교학기획팀은 올바른 P/NR 제도 활용을 더욱 홍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각 학과 차원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업 방침을 고려하고 있어 내년 봄학기쯤 개선된 수업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초 과목 교원들 사이에서, 수업 태도에 관한 불만 컸다. P/NR 제도 활용의 바람직한 자세 홍보할 것”

지난 7월 14일에서부터 28일까지 교학기획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 응답자 120명 중 78명(65%)이 P/NR 제도에 관해 부정 평가를 내렸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학업 성취도 저하 29명(37%), 면학 분위기 저하 26명(33%)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원 팀장은 실제로 기초 과목 교원을 중심으로, 학업 성취도 저하 및 면학 분위기 저하에 관한 불만이 많이 접수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원 팀장은 “기초 과목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늘었다, 수업시간에 자는 등 태도가 나빠진 학생이 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교수님들의 우려만큼 P/NR 제도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다시 협조를 구하고 홍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원 팀장은 “전공 과목 교수님들께도 해당 부분을 여쭈어 본 결과, P/NR 제도를 쓴 신입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라며 “이러한 특성이 수강생 중 P/NR 제도를 쓰는 비율이 적어서인지, P/NR 제도를 활용한 전공 과목의 경우, 더욱 집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참고하여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원 팀장은 학생들에게도 바람직한 P/NR 제도 활용의 이상향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 입장이 아니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팀 프로젝트 및 수업 분위기 저하에 관한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라며 “아무리 적당한 학점을 받고 P로 넘길 생각이라 하더라도, 학생으로서 팀원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생각과 함께, 수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원 팀장은 의과대학 반수에 관한 의견도 덧붙였다. P/NR 제도 도입 당시, 일각에서는 P/NR 제도를 이용하여 휴학 없이 편하게 반수할 수 있는 환경을 학교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많았다. 그는 “의과대학 반수의 경우, 대개 할 사람은 P/NR 제도가 있건 없건 반드시 한다”라며 “반수가 쉬워졌다는 우려는 이해하나 아직 가을 학기 휴학, 자퇴 후 의과대학 진학 등에 관한 수치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원 팀장은 “가을 학기가 지난 뒤, 종합하여 통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P/NR 제도, 가을학기 결과 보고 P 기준 상향 등 고려할 것”

앞선 여름방학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생, 재학생, 교원 모두 공통적으로 P/NR 제도 개선 방안으로 P 기준의 상향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실제로 신입생 응답자 171명 중 59명(35%), 재학생 응답자 344명 중 121명(35%), 교원 응답자 120명 중 35명(29%)가 P 기준 상향을 우선으로 꼽으며, 전 응답층에서 공통적인 경향을 보였다. 원 팀장은 이에 관하여 “신입생 스스로도 P의 기준이 상향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의미 있다”라며 “이는 학생으로서 스스로 D라던가 너무 낮은 학점은 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KAIST 학생은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증명”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 팀장은 “당장에 P 기준을 상향할 생각은 없다”라며 “가을학기 운영 결과까지 확인한 뒤에 학생들, 교원들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원래 P/NR 제도는 최소 수강학점인 12학점을 기준으로 잡으려고 하다 우려에 따라 9학점으로 축소한 것”이라며 “적용 학점 수나 학기 수에 관해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적용 시점에 관한 지적 역시 있었다”라며 “1학년이 아닌 전공 과목을 듣는 2학년 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는 전공 탐색은 전공을 정하기 전에 하는 것이 맞아 이 역시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름방학 기간의 설문에서는 P/NR 제도 부정 응답 재학생 224명 중 111명(50%)이 P/NR 제도의 전체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재학생 전체 응답자 344명 중 확대 요구 응답은 208명(60%)이었다. 원 팀장은 이에 관하여 “재학생들도 P/NR 제도에 관한 우려와 더불어, 그 장점 역시 잘 알고 있는 듯하다”라며 “형평성의 차원에서 이를 요구하는 듯하나, 제도의 목적이 전공 탐색 및 캠퍼스 적응 보조, 학점 경쟁 부담 완화이기에 모든 재학생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당장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P/NR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와야”

원 팀장은 “P/NR 제도에 따라 학업 부담이 완화되고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신입생들의 피드백 역시 들어온다”라며 당초의 취지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기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입생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원 팀장은 “어찌 보면 현재의 신입생들이 P/NR 제도라는 특혜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제도가 후배들에게도 꾸준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와야 할 것”이라며 “좋은 제도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혜택을 받는 현재의 신입생들이 수업 분위기 등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으면 한다”라고 신입생들의 인식 전환 역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교학기획팀 역시, 신입생들의 바람직한 P/NR 제도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여러 우려는 이해하나 새로운 시도인만큼, 오랜 기간의 데이터를 통해 장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양해해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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