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현 교수 연구팀:
Interpretation of SNP combination effects on schizophrenia etiology based on stepwise deep learning with multi-precision data - 「Briefings in Functional Genomics」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현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7일, 인공지능 모델로 조현병의 발생 원인을 밝혀내어, 조현병의 근본적 치료를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SNP 조합으로 조현병을 찾다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 염기 다형성)는 인간의 유전자형을 DNA 구성의 최소 단위인 단일 염기 수준에서 분석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비록 염기 한두 개의 차이일지라도 특정 질병이나 약물에 대한 선천적 취약성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실제 유전자 진단의 대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특정 SNP들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이 조현병 발병 확률이 높음을 밝혀냈다. 이는 여러 SNP 조합으로 조현병 유전자형을 찾는 과정이기에 단일 유전자형을 찾는 것보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모든 경우를 일일이 비교하여 따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SLEM 인공지능 모델이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조현병 예측에 중요한 유전자형으로 경우의 수를 좁힐 수 있어, 조현병 유전자형 조합을 발굴해 낼 수 있었다.
 

뇌 내의 생명활동을 모방한 인공지능 모델                                                                                                     이도현 교수 제공
뇌 내의 생명활동을 모방한 인공지능 모델                                                                                                     이도현 교수 제공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뇌를 들여다보다

여러 방면에서 높은 학습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존의 심층학습 기술은 대규모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학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델 내에서 입력한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SNP 조합이 실제로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기 때문에 입력값이 모델 내에서 흐르는 양상과 최종 예측값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 등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뇌세포 내의 생명 활동을 모방한 모델을 사용했다. 

특히, 연구팀은 유전자형을 입력하면 조현병 발생 여부를 출력으로 하고, 세포표현형들로 구성된 생물학의 중심 원리를 모사한 세 계층(layer)으로 구성된 SLEM 심층학습 모델을 사용했다. 인접한 두 계층 내의 모든 노드가 연결되는 일반적인 심층학습과는 다르게, SLEM 모델에서는 실험 데이터로 검증된 노드들 사이에만 가중치 학습에 서로 기여할 수 있는 연결이 이루어졌다. 이런 제한된 연결은 각 노드가 생물학적 요소 간의 관계를 한층 더 잘 모방할 수 있게 하며 가중치 학습의 변수를 줄여서 결과적으로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원인 규명으로 치료에 가까워지다

기존의 조현병 치료는 신경전달물질 등에 개입하여,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치료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조현병을 일으키는 분자 수준의 원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형이 조현병을 유발하기까지의 유전자-단백질의 상호작용과 뇌세포 성장 변화를 알아냈기 때문에 유전자 및 세포 치료의 표적을 찾는 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유전자 및 세포 치료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번 연구에서 찾은 표적들을 촉진 또는 억제하거나 특정 부위의 뇌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조현병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이 머지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 우울증 등 뇌 질환에 관련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체 뇌 샘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스탠리의학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후속 연구로 뇌 부위별 상호관계까지를 고려한 조현병 병인 발굴 연구를 기획하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는 조현병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분자 수준의 치료 표적이 선명해지면 치료제 개발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까지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인류가 가진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학교가 맡은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일수록 협력 연구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내외에서 협력 연구자를 찾고, 자신의 목적만 앞세우기보단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인내심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KAIST 학생들이 성적과 외부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사회와 인류에 유익하다고 스스로 판단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끈기 있게 매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