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할머니 댁 근처에는 국제공항이 있어서 비행기 소리를 항상 듣곤 했다. 당시에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걷거나 버스만 타 봤기에 저 작은 물체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경이롭게 보기도 했다. 나중에 비행기를 직접 탈 때는 그 크기에 다시 한번 놀랐고, 큰 비행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 적 하늘을 봐 왔던 추억을 상기하며, 이번 기사에서는 비행기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고 그 속에 숨은 몇 가지 과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하늘의 교통수단, 비행기의 역사

인류는 새와 날벌레를 보면서 비행 능력을 얻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새의 날갯짓을 모방한 오니솝터(Ornithopter), 조지 케일리의 고정식 날개를 가지는 글라이더, 그리고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 장치로 이어진 항공 발전의 계보가 있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 덕분에 인류가 조종할 수 있는 비행기를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고, 1910년대 제1차 세계 대전에는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목제 비행기부터 금속제 비행기까지 다양한 비행기가 출현했다. 전쟁 초반에는 과학적으로 우수한 항공기를 제작하기보다 전쟁에 충분한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고,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 복엽기 위주의 프로펠러 추진식 전투기를 선호했다. 전쟁이 흘러갈수록 목제 비행기에서 강철 프레임 위에 합판이나 알루미늄을 씌우게 되었고, 1915년 융커스 사에서 독일 정부와 함께 세계 최초로 금속제 비행체, 융커스 J1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같은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아랫날개가 윗날개의 절반 이하의 면적을 지닌 복엽기인 일엽반기를 개발했다.

이렇게 복엽기에서 일엽반기로 발전해 가는 과정도 있지만, 비행체에 쓰이는 재료의 발전도 있었다. 알루미늄 합금인 두랄루민(Duralumin)은 독일의 야금학자인 알프레드 빌름이 발명한 재료로 알루미늄을 주 재료로 구리 4퍼센트, 마그네슘 0.4퍼센트를 넣은 금속이다. 이 금속에는 시효 경화라는 성질이 있어서 섭씨 500~510도의 고온으로 가열하고 급랭시키면 상온에서 서서히 단단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때 두랄루민은 철강 정도의 강도에 무게는 철강의 3분의 1 정도이므로 항공기 재료로 주목받았다. 후에 1931년, 미국이 마그네슘을 1.5퍼센트로 늘리고, 망간을 0.6퍼센트 추가한 초두랄루민을 개발하고, 1936년 일본이 초초두랄루민을 개발하며 점차 강도 높은 항공기 재료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오늘날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행체를 단순히 전쟁에만 쓰지는 않았다. 1910년대에는 화물을 옮기는 상업용으로 쓰이며, 1911년에는 복엽기가 인도 내에서 9.7킬로미터를 비행하며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항공 우편 비행에 성공하게 된다. 1920년대에는 전쟁 이후의 상황이라 상업용으로 비행기를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1930년대에는 미국이 항공 산업을 주도하며, 산소마스크 구비 등 안전 장비 및 시스템이 갖춰지고, 북대서양 횡단 항공 우편 비행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제트 수송기가 발달하여, 효율이 높은 터보팬 엔진을 도입하고, 비행 시 안전사고가 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학적인 설계를 추가했다. 아직까지도 여객기의 연료 및 수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발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에어포일과 3차원 날개의 발달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심축과 수직이며 길게 뻗어있는 날개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날개의 단면을 에어포일이라고 한다. 1915년 이전의 에어포일은 굉장히 얇은 단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저항을 작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새의 날개같이 얇은 날개를 가지면 잘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었다. 하지만, 얇은 에어포일은 가장 앞부분이 뾰족하기 때문에 유체의 흐름이 분리되는 현상이 각도에 상관없이 발생하여 양력을 충분하게 받지 못한다. 그러나 1915년 독일의 공기 역학자 프란틀이 고속 풍동에서 처음으로 실험해 보기 전까지는 저속 풍동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이때는 유체의 관성력을 점성력으로 나눈 레이놀즈수의 값이 작았기 때문에 얇은 에어포일이 두꺼운 에어포일보다 더 항력이 낮았다. 이는 유체의 점성도를 고려하지 않은 실험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로 여겨진다. 실제로 유체의 점성도를 고려하여 고속 풍동에서 실험한다면, 두꺼운 에어포일은 지표면과의 각도가 작을 때 흐름 분리(Flow Separation) 현상이 에어포일의 뒷부분에 가까운 지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양력을 잃는 실속 현상이 지연된다.

미국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는 에어포일의 미세한 형태 변화가 공기 역학적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닫고, 날개 두께와 날개 두께의 2등분점을 연결한 평균 캠버선(Mean Camber Line)을 바꿔보면서 가장 효율적인 날개를 찾아나갔다. 이들은 4가지의 변수를 조정하여 실험을 이어 나갔고, 이 실험의 결과로 NACA 2412 에어포일이라는 구조를 찾아냈다. 이 구조는 1930년대에 발견했음에도 아직도 일부 소형기의 날개로 채택된다. 그러다가 1965년 NASA에서는 초임계 에어포일을 개발하여 1.0 마하에 근접하는 속도에서 적용되는 날개의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

다만, 2차원 에어포일을 연구하는 것의 단점은 실제 항공기에 사용하는 날개처럼 유한한 길이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어포일은 비행기 날개의 단면을 밑면으로 하여 무한히 늘린 실린더에서 실험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 길이가 유한하면 날개 주변의 공기 흐름이 달라진다. 이런 차이를 유의하여 1866년 프랜시스 웬햄이 처음으로 3차원 날개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관련 공기 역학 연구는 1902년 쿠타, 1905년 주콥스키, 1907년 란체스터, 1911년 프란틀로 이어지며, 날개의 앞부분에 작용하는 와류, 날개의 끝에 작용하는 와류들을 분석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3차원 날개에 작용하는 와류를 계산하는 란체스터-프란틀 날개 이론을 완성하게 된다.
 
비행기의 공학적 설계

최신 항공기들은 최첨단 전자 장비를 갖춰 조종사들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승객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비행기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부품이 가지는 공학적 의미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비행기에 숨겨진 설계에 대해 파헤쳐 보자.

먼저, 조종석 연기 배출 장치는 조종실에 불이 났을 때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시킨다. 대부분의 여객기는 이 장치가 없어 조종석 창문을 열어서 환기해야 하며, 소음이 아주 심해 조종사 간 대화도 힘들어진다. 그러나, B747 여객기는 이 장치를 통해 빠르게 내부의 오염된 공기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교체한다. 객실의 공기 순환 장치는 객실 천장에 있는 환기구에서 기내 공기를 빨아들여 40퍼센트는 여과하여 활용한다. 이 방법으로 대형 여객기는 1분에 약 2,400리터의 신선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

객실 창문에서도 공학적 설계를 확인할 수 있다. 여객기 객실 창문은 아크릴 등을 사용한 삼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진 형태의 창문은 응력 때문에 쉽게 균열이 갈 수 있으므로 둥근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삼중창 중 중간 유리에는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는 내부 창문과 외부 창문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 10.4킬로미터 상공을 비행하는 여객기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는 대략 70도 차이가 나는데 그럼 성에가 끼어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외부 구조도 비행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준다. 날개는 지평선을 기준으로 살짝 올라가 있는데 이는 비행기의 안전성을 도모한다. 비행기가 좌우로 기울어져서 불균형이 생기면, 날개와 지평선과의 각도가 작은 부분이 각도가 큰 부분보다 양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롤링 모멘트가 발생하여 다시 비행기를 수평으로 돌리려고 한다. 이 외에도 보틸론, 커나드, 수직 꼬리 날개, T자형 수평 꼬리 날개 등의 부품들이 비행기에 달려 있어 날개에 와류를 발생시키고, 이착륙 시에 비행기의 실속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준다.
 
긴 세월 동안의 인류의 소망이었던 비행은 처음에는‘이카로스의 날개'와 같이 한계가 있는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언제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변화했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그 뒤에는 오랜 역사와 수많은 공학자의 섬세한 실험과 설계가 있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긴다면 창문 밑에 구멍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참고문헌 | 
<비행의 시대>, 장조원, 사이언스북스(2015)
<항공의 과학>, 장조원, 사이언스북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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