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492쪽, 두툼한 속지와 풍부한 사진 자료 인쇄 덕에 702g이 된 하늘색 표지의 책. 단조로운 글씨체로 쓰인 이 책의 제목은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이다. 유현준 작가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 교수다. <알쓸신잡2> 출연 이후 대중 매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구독자 111만 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신작으로, 세계 건축 거장의 작품들을 기행문의 형식으로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유럽,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순서로 건축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대 건축물 30개를 소개한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 법한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부터, 사진에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압도되는 일본의 데시마 미술관, 그리고 너른 들판 위에 뜬금없이 솟은 기둥처럼 보이지만, 건축 과정을 알고 나면 입이 벌어지는 브루더 클라우스 채플까지, 복잡한 건축의 세계와 거장의 건축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30개의 건축물 모두, 설계 당시의 전통에서 벗어난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1955년에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프랑스 시골에 위치한 롱샹 성당은 비대칭적으로 굴곡 있는 콘크리트의 모습이 지금 봐도 독특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재단의 위치, 창문과 빛의 사용과 같은 상세한 특징도 놀랍다. 반면, 같은 건축가가 1952년에 프랑스 마르세유에 지은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라는 집합 주택은 얼핏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아파트와 비슷하다. 평범해 보이기에 그저 지나칠 수도 있겠으나, 무려 70년 전에 건축된 아파트의 시조라는 걸 알게 되면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건축물을 직접 프랑스, 일본, 미국에 가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책은 전문가보다는 대중을 위한 흥미로운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각 건축물의 건축학적 의미와 더불어, 건축가와 얽힌 이야기, 비교해 보면 좋을 다른 건축물 등도 편안한 언어로 소개하고 있어, 마치 저자와 함께 걸어 다니며 건축 테마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건축을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예시들이 종종 일반적이지 않은 저자의 생각인데도 뒷받침 자료가 없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이마저도 저자와 나란히 걸으며 여행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사람의 생각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공간’이다. 공간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p.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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