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 「사람, 장소, 환대」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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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는 서울대학교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공부하고 여러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쳐 온 저자가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본질과 문제를 신선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의 개념을 인용하여 ‘사람’이란 일상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하는 수행적 개념이라고 가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오직 타인의 인정에 의해서만 사회 안에 들어가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사회는 각자의 앞에 펼쳐져 있는 상호주관적인 상호작용의 지평이며, 각 개인은 이 지평 내에서 타인들과 조우하면서 끊임없이 서로의 존재와 성원권 -사람 자격 또는 신분적 자격 -을 인정한다는, 서로가 사람임을 인정한다는 의례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사회 안의 행위자로서 서로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의례를 수행하는 동시에 목표지향적인 활동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는 현대 사회가 ‘상호작용 질서’와 ‘구조’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상호작용 질서가 성원권의 인정과 관련 있다면, 구조는 지위와 역할의 할당 및 자본의 분배와 관련이 있다. 이때 현대 사회는 구조적 측면에서 불평등한 개인들이 상호작용의 질서 내에서는 평등하다고 가정하며, 이는 명예와 존엄의 차이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 질서 내에서의 평등의 원칙이 언제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가졌거나 특정한 계급·인종·민족·종교에 속해 있는 사람들, 또는 정신병원·교도소·병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등 특정한 범주에 속한 사람들에게 낙인이 찍히고, 이후 의례 교환의 장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와 상호작용 질서는 밀접히 결합되어 있기에, 현대인들은 형식적으로 평등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여전히 불평등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자 작동 원리로 ‘절대적 환대’ 개념을 제안한다. 절대적 환대란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한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빼앗길 수 없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다. 상대방의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적대에도 지속되는 환대로 풀어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절대적 환대에 기초한 사회를 상상함으로써 낙인과 배제에서 벗어난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

지위와 역할이 다른 개인들끼리 우정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 현대 사회의 행위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절대적 환대의 개념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고, 의례의 장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자리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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