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 - 「플라워 킬링 문」

10월 19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월 19일 개봉 ~ 현재 상영 중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20년대, 오세이지족은 오클라호마라는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한다. 그리고 몇 년 뒤, 이 땅에서 대량의 석유가 발견되고 오세이지족은 석유 수익권으로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 당시대의 백인 남성은 부를 챙기기 위해 오세이지족 여성과의 계획적인 결혼을 노렸다. <플라워 킬링 문>은 이 시대에 일어난 한 가족들을 모두 파멸시키려 한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영화는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전쟁에 참전한 후 자신의 삼촌이자 오세이지족에게 아낌없이 많은 지원을 주어 존경받고 있는 윌리엄(로버트 드 니로 분)을 찾아 나서며 시작된다. 윌리엄은 택시기사 일을 얻은 어니스트에게 재산이 부유한 몰리(릴리 글래드스톤 분)와 결혼하면 몰리 집안의 석유 수익권을 얻어낼 수 있다며 계획적으로 접근하길 부추긴다. 몰리는 어니스트가 자신의 돈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랑에 빠지고, 윌리엄은 몰리의 석유 수익권을 독점하기 위해 그녀의 가족들을 하나씩 제거하려 한다. 

디카프리오의 사랑과 돈에 대한 탐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는 영화의 설득력을 높인다. 실화 기반의 내용임에도 극 중 백인들의 야만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어니스트는 몰리를 사랑하지만, 삼촌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살인 계획을 이행하고, 또다시 몰리에게 가 그녀를 보살핀다. 확고한 신념이 없는 우매한 자의 태도는 결국 가진 모든 것을 잃게 하고 자기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만다. 

그들이 많은 살인을 사주했음에도 오랜 기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정계, 법조, 경찰 등의 원주민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당시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향한 백인들의 교만함과 우매함을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몰리가 직접 대통령을 찾아가기 전까지 제대로 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몰리를 비롯한 오세이지족 사람들은 금치산자로 분류되어 후견인을 두고 예금 인출을 제한받아야 했다. 

영화의 제목을 직역하면 꽃을 죽이는 달이라는 뜻이다.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들에게 5월은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이 뜨고,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큰 식물들 때문에 작은 꽃들의 목이 꺾이고 결국 죽어가는 달이다. 커다랗고 조직적인 세력이 몰려와 작은 꽃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백인과 원주민 사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3시간 2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동안 영화는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고, 살인 사건 하나하나가 화려하기보단 무미건조하고 냉정하게 그려진다. 화려하고 빠른 전환이 이루어지는 현대 영화에 지친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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