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어 음악 앨범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는, 힙합 장르에서 즐겨 듣는 래퍼들의 앨범을 모으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으로, 앨범 하나쯤은 굿즈로 소장하자는 생각으로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시간이 조금 생겨서, 그간 사서 모아놓은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떠오른 직후, 방 선반에 고스란히 놓여있던 앨범의 포장을 벗기고, 조심스레 앨범에 담긴 CD를 꺼내 구경도 한 번 해주고, 노트북을 꺼내 CD를 넣고 재생을 하려는데... 아차, 요즘 노트북에는 CD를 넣는 공간이 없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우습긴 하지만 CD를 꺼내 전시하듯이 놓아둔 채로, 음악 어플을 통해 앨범의 수록곡들을 전체 선택하고, 재생 목록에 담고, 반복해서 재생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앨범의 수록곡들을 듣다가, 문득 떠오른 추억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바깥이 어둑해진 밤까지 앉아있던 야간 자습실에서 MP3에 담아놓고 돌려 들었던 앨범들... [가로사옥], 그리고 [Gaia]. 친구들이 자러 가고 텅 빈 자습실에 덩그러니 앉아 수학의 정석을 보면서 들었던 곡들입니다. 어둑한 창밖의 풍경, 자정이 다 되어 서늘해진 바깥 공기가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며 느껴지는 한기. 당시의 기억과 감각들이 노래의 구절 속에 담겨 하나둘씩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로사옥] 속의 수록곡 중 <킥아웃코드>가 흘러나올 때마다 좋아하는 부분을 흥얼거리곤 했던 기억, [Gaia] 속 가사들을 곱씹으며 노트에 가사를 한 줄씩 적어봤던 기억. 사소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억들이, 오랜만에 듣는 곡들에 머릿속에서 떠올라 뇌 속을 부유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겨울철 샤워장에서 갑자기 머리에 뜨거운 물줄기를 끼얹었을 때 느껴지는 그 묘한 기분, 그런 느낌...

그런 감각에 잠시 젖어있다 보니, 바삐 살아온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도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킥아웃코드>를 듣고 있는데, 아마 내년 즈음에는 <킥아웃코드>를 들을 때 이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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