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이 신문의 기자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해 오면서 글을 쓴 적은 없다. 글 기자가 아닌 일러스트 기자이기 때문이다. 지면에 글을 싣는 게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닌 만큼 어떤 말을 적으면 좋을지 고민해 보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일러스트 기자에 대해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 일러스트 부장의 시점에서 일러스트 기자의 2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간단히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일러스트 부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가는 편이다. 사람마다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 사용하는 툴, 작업 시간이 천차만별이라 애초에 서로의 작업물에 간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업을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부터 시작한다는 특성상 수정을 할 시간에도 한계가 있어 주로 처음 작업물 그대로 지면에 실린다.

2주마다 발행되는 신문. 글 기자와는 다르게 일러스트 기자의 업무가 시작되는 날은 둘째 주의 목요일 즈음이다. 글기자의 기사가 대략 완성된 시점에서 일종의 외주 형식으로 그림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부장의 업무라고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일러스트 요청을 수합해 적당히 다른 부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빼면 하는 일 자체는 같다. 각자 맡을 업무가 정해지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한사람이 그려야 하는 일러스트는 보통 한 호에 3~4개이다. 나는 일이 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목요일부터 책상에 앉는 편이다. 우선 달력을 보고 마감 기한이 2일이나 남았음에 안심한다. 태블릿을 켜고 빈 캔버스를 연 다음 요청 사항을 눈앞의 화면에 글로 옮겨두는 것이 그다음이다.

이제 화면을 노려본다. 아이디어가 바로 생각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고뇌에 빠진다. 정확하게는 ‘나의 실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일러스트 업무에 걸리는 시간을 콕 집어 대답하지 못한 이유도 이와 같다. 생각인지 멍때리기 인지 모를 시간이 하도 길어 나 스스로 일러스트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자료도 조사하고 머리도 식힐 겸 다른 일도 하다 보면 어느새 토요일이 되어있다.

토요일. 마감의 날이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고, 보정해서 완성한다. 그리는 것을 시작만 하면 완성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다만 채색 과정에서 신중해지는데, 회색 지면에 인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색각 이상을 가진 독자들도 고려해서 색 조합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색을 잘 못 쓰는 편이라 항상 보정 기술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일러스트가 완성이 된다. 이를 한 호에 여러번 반복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림 퀄리티의 편차가 생기는 것 같다. 아마추어의 한계를 매 호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이번 2주도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다음 호도 무사히 일러스트를 완성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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