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열기가 뜨겁다. K-팝부터 드라마, 영화, 음식, 뷰티에 이르기까지 K-콘텐츠가 국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학의 위상도 전례 없이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 대학의 한국학과에는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 사회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유례없이 많은 학생이 모여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으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졸업 후 한국에서의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도 적지 않아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카이스트는 국내 다른 대학에 비해 입학을 위해 필요한 한국어 관문이 현저히 낮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외국인 신입생을 대상으로 필요에 따라 입학 전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일괄적으로 실시해 이 시험에서 3급 이상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도 국내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에게 TOPIK 3급 이상을 취득하기를 권고한다. TOPIK 3급은 한국어로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한국어 능력이 입학 조건에 포함되지 않고, 졸업 시 TOPIK 3급보다 낮은 실력이 요구되는 2급 이상의 성적을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다소 느슨한 규정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는 우리 학교의 특성에 더해,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 언어 캠퍼스를 지향해 온 결과이다. 물론 국제화 시대에 영어 상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동안 이중 언어 캠퍼스 구축을 통해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우수한 학생과 교원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류는 국제화가 단순히 서구화가 아니라, 양방향 문화교류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 구성원으로부터도 한국어 교육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한국살이가 단순히 이중 언어가 작동하는 캠퍼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면 언어 장벽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고, 졸업 후 한국에서 진로를 이어가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도 외국인 구성원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캠프를 통해 입학생들이 단기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하게 도울 뿐 아니라, 정규 교과 과정 외에도 어학센터를 통해 심화된 한국어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1:1로 연결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외국인 학우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KAIST Friendship Program도 야심차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 대한 높아진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레벨의 한국어 정규 교과와 어학센터 수업이 개설될 필요가 있고, 그 대상도 학부생뿐 아니라 대학원생과 외국인 교원, 그 가족들에게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어 교육은 이들에게 단순히 졸업 이수 요건의 차원을 넘어, 복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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