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램키 - 「도파민네이션」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인간은 ‘궁극적인 추구자’로, 고통은 피하고 쾌락을 끝없이 좇은 결과 우리는 이 세상을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과거보다 중독에 빠진 사람이 많은 이유는 쾌락에 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산업화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현대 사회는 끝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지내고 있기도 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과도한 업무량과 높은 집중력을 요구받는 청소년과 성인들은 불안을 해결하고자 도파민을 찾는다. 풍요롭고 간편하지만, 주체성을 잃기도 쉬운 세상이기에 눈앞의 확실한 쾌락으로 도피하길 멈추고 미래를 계획하는 삶을 살기란 참 어렵다. 

‘도파민네이션’이란 도파민 중심으로 돌아가는 민족으로 번역할 수 있다. 또 도파민이란 중추신경계에서 사용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보상과 동기 부여, 쾌감을 조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 수치를 활용한다. 저자 애나 렘키 교수는 스탬퍼드 대학교의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탬퍼드 중독치료센터의 소장이다. 저자는 ‘도파민네이션’을 통해 중독된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의 환자에 대한 사례와 여러 연구 결과에 빗대어 쉽게 설명하고 중독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중독을 치료하는 여러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중에는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부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위 밴드 삽입술과 같은 수술적 방법, 부프레노르핀과 같이 약물 의존을 벗어나게 도와주는 약물 치료법들도 있다. 저자는 의학의 발전으로 의료 방법이 구명 도구가 될 수 있음은 감사하나 인간의 온갖 고통을 약물로 없애려는 시도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고 경고한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고통 받아들이기’이다. 작가는 다른 대체 수단 없이 의식적인 방법으로 쾌락을 멀리하고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며칠간은 금단현상으로 힘들어하나 그 이후 평온한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소개한다.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인 사람만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쾌락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중독과 싸우는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쾌락을 맛본 자들은 회복의 경험을 통해 존엄성을 되찾고, 불안함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쾌락은 행복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환자들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지라도 자기 절제를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무력감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그들이 중독으로 빠져나온 이야기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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