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포화상태의 지구,  이제는 소비와 쓰레기 배출 방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국가 차원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고하며 비건,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아보고, KAIST 내에서는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업사이클링이란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1994년 리너 필츠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그 소용이 다 해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재탄생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기계, 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의 재료로 사용하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과는 가치를 새로이 더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플라스틱 문제가 특히나 대두되면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순환경제이다. 순환경제란, 자원이 폐기되지 않고 계속 순환되어 사용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즉 사용된 제품이 버려지지 않고 재사용되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이용됨으로써 새로운 자원의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자원순환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존의 자원 사용 방식은 생산-사용-폐기라는 단 방향의 선형적인 흐름을 가져 자원은 고갈시키고 생산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시켜 왔다. 그에 반해 순환 시스템을 통해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비용과 자원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순환 시스템을 잘 작동 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재활용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더욱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물건의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의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처리 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쓸 뿐 아니라, 산업 폐기물 등 일반적으로 자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다.

업사이클링 방식도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업사이클링 기업 터치포굿은 선거 현수막으로는 에코백을, 컴퓨터 부품으로는 냄비 받침을 만드는 등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동식물성 폐기물을 오브젝트로 재탄생시키는 위켄드랩은 굴과 달걀 껍데기로 화병을 만들고, 유통기한 지난 우유나 제약회사에 추출하고 남은 오리알 노른자로 대체 플라스틱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또 산업 폐기물로 분류되는 폐컨테이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의 플래그쉽 스토어, 우리나라 커먼 그라운드 등 다양한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업사이클링, 그린워싱은 아닐까?

최근 여러 기업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각 기업 만의 굿즈로 선보이고 있다. 대한한공은 지난 5월 은퇴한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네임택과 골프 볼 마커를 만들었다. 스포츠 브랜드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인 래코드는 의류 제작 과정 중 생기는 재고를 사용해 지난 8월 플래그십 스토어를 성황리에 운영하기도 했다. 이렇게 업사이클링 기업 자체도 점점 늘어나고 기존의 기업들도 ESG 경영 전략에 맞게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한편 업사이클링이 여러 기업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자,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녹색으로 이미지를 세탁한다’라는 의미로 실제로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마치 도움이 되는 것처럼 기업의 활동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속이는 마케팅 활동을 뜻한다. 이미 버려진 쓰레기를 처리하는 에너지보다 에너지를 덜 들여 처리하는 형태는 업사이클링이지만, 업사이클링이 우선시되어 제품 제작을 위해 일부러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거나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과도한 환경 비용을 쓸 경우 그린워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무조건 소비하기보다는 생산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김병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브랜드의 활동을 평가하는 5가지 기준을 이야기했다. ▲제품 수요는 충분한가? ▲제품과 포장 전반에 걸쳐 재활용 자원을 사용했는가? ▲생산 및 운영 과정에 있어서 자원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는가? ▲자사가 판매한 제품의 플라스틱을 수거했는가? ▲환경 보호 활동을 지나치게 홍보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질문들을 통해 기업의 진실성을 따져볼 수 있다. 
 

KAIST에서 업사이클링하기

제로웨이스트 생활과 업사이클링은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부터 실행해 볼 수 있다. 물건을 새로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다시 생각하고, 쓰임이 끝난 물건을 버리기 전에 다른 방법으로 새로이 탄생할 수는 없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SNS나 서적에는 업사이클링하는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고 개중에는 기숙사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아이스팩으로 모기 기피제를 만든다거나 고장 난 우산의 천으로 간단히 신발주머니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쉬운 방법으로는 업사이클링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KAIST 환경 자치단체 G-inK에서도 지속가능한 KAIST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업사이클링 활동들이 한창이다. 지난 학기에는 교내 카페에서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받아 화분으로 꾸며 식목일에 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올해 봄부터 북측 매점을 비롯한 3곳에 병뚜껑 수거함을 설치, 모인 병뚜껑을 어은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은영상점’과 협업하여 키링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은영상점에서는 각종 제로웨이스트 물건은 물론 플라스틱 병뚜껑을 이용한 해양동물 열쇠고리, 빗, 기타 피크 등을 만나볼 수 있고, 추가로 업사이클링 굿즈 제작에 관한 문의도 할 수 있다. 또한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었던 2023 KAIST-POSTECH SCIENCE WAR에서는 KAIST 수공예 동아리 곰발바닥과 협업을 통해 병뚜껑을 가져오면 레진아트로 바다를 꾸며 자석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체험 부스를 운영하였다. 현재는 폐현수막 수거함을 운영하여 업사이클링 패션 기업 ‘큐클리프’로 수거한 현수막을 기부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G-inK 최연우 회장(전산학부 22)은 이렇게 제작된 업사이클링 돗자리로 내년 딸기파티 돗자리 대여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외 G-inK에서 매년 11월에 진행하는 에코 페스티벌 부스에서도 셔츠, 면바지, 티셔츠와 같은 헌 옷을 업사이클링 하여 캔버스를 제작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주제로한 그림그리기 체험을 운영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G-inK는 KAIST를 ‘지속가능한 그린 캠퍼스’로 만들길 바라고 있다”며 “KAIST에서 배출하고 있는 쓰레기들을 이용하고, 학우들이 직접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G-inK의 활동을 통해 많은 KAIST 구성원들이 친환경 습관을 함양하고 이 습관이 계속해서 지속되는 KAIST가 되길 희망한다”고 이야기했다. 
 

KAIST의 업사이클링 동아리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위로자전거’라는 KAIST 업사이클링 동아리가 새로이 가동아리로 등록됐다. 위로자전거 방민솔 회장(새내기과정학부 23)은 지난 2021년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처음 위로자전거를 개설하여 활동하다, 당시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과 다시 뜻을 모아 KAIST에서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위로자전거는 고등학교에서 활동했을 때 플라스틱 페트병을 이어 붙여 큰 화분을 만들어 차 나무를 심기도 했고,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유사이클포와 협업하여 유사이클포에서 제작한 열쇠고리를 받아 학교 축제에서 판매하거나 모은 플라스틱을 통해 플라스틱 간이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또 현재 KAIST에서는 의류, 종이, 플라스틱 팀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류 팀에서는 패스트패션으로 버려지는 옷들을 잘라 실을 만들어서 재봉틀로 새로운 옷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고, 플라스틱 팀에서는 파쇄하지 않고 업사이클링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식이다. 종이 팀에서는 재사용지를 직접 만들어 홍보 포스터 제작 시 사용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 회장은 기본적으로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여 가공하는 방식을 통해 처리에 드는 에너지를 아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위로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는 우리가 만드는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팩토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대전은 서울에서 전국 사람들이 모여 진행되는 기후 행진도 대전에서 따로 진행할 만큼 환경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이 커뮤니티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연대에도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가동아리지만 정동아리로 승격한다면 동아리방에 누구나 찾아와 옷을 수선하거나 전자제품을 간단히 고칠 수 있는 워크숍도 운영하고 싶다”며 KAIST 구성원들이 업사이클링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도 언급했다.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일러스트 | 오예원 기자

 

참고문헌 |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김병규 (2021)
<오늘부터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 장서영 (2021)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2020)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