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까. 나는 글을 쓰려고 할까.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부터 나는 일기를 썼다. 아무도 공책에 가끔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씨체로, 정말 많이도 썼다. 어제도 잠들기 꾸벅꾸벅 졸면서 일기를 썼다. 이제는 일기를 쓰는 지도 거의 까먹은 같다. 그건 그냥 루틴이다.

나는 소설도 쓴다. 아주 어렸을 때는 SF 소설을 좋아해서 내가 읽던 소설의 문법처럼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안에서 글을 쓰려고 했다. 잘되지 않았다. 세계는 이미 어딘가 있는 세계와 유사했고 재미도 없었다. 엄마 노트북에 쓰던 글을 모두 지웠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는 친구들을 위해 글을 썼다. 소연이가 읽고 웃을 이야기, 반에서 돌려 읽을 있을 만한 이야기, 시은이가 좋아할 법한 이야기를 썼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전처럼 소설을 자주 쓰지는 않았다. 매년 백일장에 1년간 모은 다양한 심상을 털어낼 목적으로 단편 소설을 제출할 뿐이었다. 끓어오르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서 답답할 , 나를 가득 담은 소설을 써내면 마음이 시원해졌다. 일기장을 A4 용지 페이지에 요약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었다. 거짓과 진실, 허구와 현실을 오가며 털어낸 글에 많은 사람이 칭찬했다. 감사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아했다. 이렇게 목적 없이 글도 좋은 글이 있는가?

대학 와서도 짧은 소설을 쓴다. 친구들과 매주 글을 모아품평회 연다. 기한에 닥쳐 급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이 던져 소재와 그걸 보고 생각나는 문장 하나에서 시작해 3,000에서 7,000자를 아무 계획 없이 써낸다. 글은 항상 비슷하다. 특정 독자를 겨냥했거나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글이 아니고, 당장 생각나는 쓰다 보니 모든 소설이 방민솔의 거짓말 일기 같아져서 그런 같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는 내가 이대로 20KB 쓰레기를 계속 생산하는 맞는가?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게 하고 있는가? 나는 대체 글을 쓰려고 할까.

일기와 소설에 파묻혀 살다 보니, 다른 종류의 글을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 논리적인 글을 쓰는 법을 까먹었다. 글에서 감정을 덜어내거나 더하는 법을 몰랐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려가는 글이 아니라 구성이 있는 글을 진심으로 써보지 않은 오래됐었다. 그런 글을 일이 없었다면 계속 일기와 소설 속에서 살아도 됐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입장을 밝히는 글을 쓰는 필요해졌다. 사람과 나를 차별하지 마십시오,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공공교통을 확충합시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벗어납시다, 자랄수록 그런 말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난 학기, 신문사 기자에 지원했다. 필요할 적절한 장르의 글을 쓰기 위해서 다양한 글을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글로 돈을 버는 삶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화가 났고 행복한지 모를 때마다 일기는 내게 답을 줬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는 것을 느끼며 괴로워할 때마다 소설은 내게 답을 줬다. 그러니까 이렇게 함께하다 보면 기사도 내게 답을 주지 않을까? 답을 얻는 그날까지 성실하게 격주로 기사 써내는 기자가 돼야겠다.

카이스트 신문 기자 여러분,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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