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판 대덕연구단지 콘자테크노폴리스의 핵심기관, '케냐 비전 2030'을 성공으로 이끌 중추적인 역할 기대

지난 2008년, 케냐 정부는 2030년까지 중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케냐 비전 2030’이라는 국가 발전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케냐 정부는 2017년 발표한 빅4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케냐 정부는 이러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인지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사업이 대한민국의 대덕연구단지와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콘자 테크노폴리스 건설이다. Kenya-AIST(약칭 케냐과기원)는 콘자 테크노폴리스의 핵심기관으로 KAIST를 벤치마킹해 이공계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대학이 될 예정이다. 이에 본지는 석·박사만을 양성하는 대학원대학 Kenya-AIST의 기원과 진척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외개발원조사업단 부단장 김소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Kenya-AIST, 케냐과기원의 시작

우선 케냐과기원의 논의가 시작된 시점을 물었다. 이에 김 부단장은 “케냐과기원은 케냐 정부가 요청하여 시작된 것으로, 케냐 정부의 요청은 KAIST 설립의 주역인 정근모 박사(前 과학기술처 장관)가 2000년대 케냐 대통령 고문으로 KAIST를 소개하면서 케냐 비전 2030에 주요 과학기술 분야 사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KAIST가 한국의 과학기술 기반 경제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벤치마킹해 KAIST 같은 고급 과학기술 연구교육기관(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AIST)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케냐과기원은 KAIST의 분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Kenya-AIST와 KAIST의 특수성과 세부적인 차이점

1971년 KAIST가 설립될 당시에는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른 특수한 지위가 부여되었다. 이러한 특수한 지위를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음으로써 성공적으로 한국의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Kenya-AIST는 어떤 특수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인지 물었다. 이에 김 부단장은 Kenya-AIST의 목표는 KAIST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벤치마킹이라는 점과 케냐의 제도적 조건과 제약 안에서 과기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Kenya-AIST의 경우에는 특별법 제정은 어렵지만 설립 후 케냐의 대학 관련 법률상 국가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임무를 수행하는 소수 연구 교육기관에 부여되는 ‘특수 학위수여기관’이라는 지위를 획득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상당한 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약 9천 5백만 달러, 재원 조달 계획은?

다음으로 사업비의 조달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부단장은 Kenya-AIST는 KAIST의 해외 캠퍼스 건설 사업이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의 유상 해외원조 사업으로, 과학기술 중심 고등교육기관 설립 지원을 위한 정부 간 차관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어 총 사업비의 90%를 차지하는 캠퍼스 건설비용은 KAIST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며 사업비는 이미 모두 확보된 상태라고 답했다. 실제로 케냐과학기술원 건립사업단에서 올해 7월 21일에 작성한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사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KAIST는 KAIST, 삼우, 선진 컨소시엄이 부담하는 비용 중 약 34.2%를 부담하며 이는 총 사업비의 약 3%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있어 KAIST의 재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용도 광장의 우측에 교육 시설, 좌측에 기숙사가 놓인 케냐과학기술원의 예상 건물 배치도다.
다용도 광장의 우측에 교육 시설, 좌측에 기숙사가 놓인 케냐과학기술원의 예상 건물 배치도다.
정면의 교육 시설의 뒤쪽으로 광장과 기숙사가 놓인 케냐과학기술원의 예상 조감도이다.                                          김소영 교수 제공
정면의 교육 시설의 뒤쪽으로 광장과 기숙사가 놓인 케냐과학기술원의 예상 조감도이다.                                          김소영 교수 제공

 

 

Kenya-AIST의 설립 규모를 묻다

케냐과학기술원 설립 계획에는 처음 5년이 포함되는 1단계와 다음 5년이 포함되는 2단계가 있다. 세부적으로 개교 후 1단계 기간은 기계 및 원자력공학, 전기 및 전자공학, ICT공학 등 6개 학과와 기초과학부로 구성되며,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콘자 테크노폴리스에 대지면적 58,273㎡의 공간에 설립될 예정이다. 세부적인 계획으로는 개교 첫해에 기계 및 원자력공학과는 교수 7명, 학생 28명으로, 기초과학부는 교수 3명으로, 이외의 학과는 교수 4명, 학생 16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교직원과 학생을 포함한 전체 인원은 처음에 약 170명에서 시작하여, 1단계의 마지막 연도에는 약 480명 정도의 규모를 갖추는 것이 목표이다. 2단계에는 학과 수가 10개로 늘어나며, 개교 후 10년이 흐른 2단계의 마지막 연도에는 약 1,000명 정도의 인원을 가진 학교가 되어 케냐의 경제발전을 이끌 양질의 인재들을 다수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교 첫해에는 연간 약 480만 달러, 10년 차에는 연간 약 3,100만 달러의 운영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Kenya-AIST가 주요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한 운영 계획

김 부단장은 우리 학교의 주된 역할은 케냐과기원 건립 사업의 컨설턴트로서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며 운영의 주체는 케냐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는 컨설턴트로서 케냐과기원의 교육 설계, 연구·교육 기자재 감리를 맡으며, 운영 및 보수는 케냐 정부가 주체적으로 하되 추가로 우리 학교가 운영 및 보수를 지원할 수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케냐 정부의 주도 하에 운영될 케냐과기원은 케냐의 과학기술 역량 향상을 이뤄내고, 산업체와의 강력한 연계를 통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며, 산업체에서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등교육기관이 될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공동공작실을 통한 공학적 연구 역량 증진, 온라인 강의를 통한 개설 강좌 다양성 보완, 취업 연계 프로그램, 창업 지원,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의 병행과 같이, 우리 학교에서 제시한 세부적인 정책을 반영하여 케냐 맞춤형 과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케냐과학기술원 설립 프로젝트의 일정을 연도와 월에 따라 나타낸 타임라인이다.               김소영 교수 제공, 김민주 기자 편집
케냐과학기술원 설립 프로젝트의 일정을 연도와 월에 따라 나타낸 타임라인이다.                                                    김소영 교수 제공, 김민주 기자 편집

 

 

Kenya-AIST의 설립 이후 증가할 양국 간의 교류

케냐는 다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해 있다. 특히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는 수천 개의 케냐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아프리카 본사가 있어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으로 여겨지며 투자와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케냐과기원의 중요 과제 중 하나는 산업체와의 협력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콘자테크노폴리스의 Digital Media City(DMC) 건립을 한국업체가 수주한 상태이며 삼성, LG, 현대, SK, KT 등과 같은 대한민국의 기업들도 케냐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위의 기업들은 모두 KAIST와의 협력 경험이 있기에 적극적인 산학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케냐과학기술원은 한국 정부 기관 또는 KAIST 등과 같은 과학기술원간 상호결연을 맺어 교류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자매 관계가 맺어진다면, 대학교들은 기금을 사용하여 케냐과학기술원을 원조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 자매 대학교의 임원이 케냐과학기술원 이사진에 포함된다면 케냐과학기술원의 전반적인 운영 계획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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