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이로 비롯된 경제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에도 적색 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2017년 69만 1,164명으로 집계되었던 우울증 환자 수는 2021년 93만 3,481명으로 35.1%나 늘어났으며 불안장애 환자 수 역시 2017년 65만 3,694명에서 2021년 86만 5,108명으로 32.3%나 증가했다. 지속되는 취업난과 고용불안, 이에 따른 경쟁 심화는 특히 청년 세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앞선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60대 환자는 12만 9,330명(18.7%)으로 장년층의 비중이 컸으나, 2021년에는 20대 환자가 17만 7,166명(19.0%)으로 청년층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2017년에서 2021년까지 5년간 증가율 역시 20대 127.1%, 10대 90.2%, 10대 미만 70.2%, 30대 67.3% 순으로 컸다. 청년 자살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자살률의 경우, 노인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2011년 이후 전반적인 추세가 하향을 그리고 있지만 20-35세 자살률은 2017년 이후 큰 폭으로 상향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여러 통계는 청년층과 청소년층의 정신 건강이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악화된다는 우려를 방증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역시 청년층으로서, 연구, 학업, 대인관계, 진로, 취업 등 여러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 대학원총학생회 인권센터(이하 원총 인권센터), KAIST 상담센터를 비롯한 여러 교내 기관에서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2015년 시작된 허그 프로그램은 또래 상담 프로그램으로서, 내담자들의 큰 호응을 거두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양인철 KAIST 상담센터장과 허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인영, 백선주, 이문희 상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허그 프로그램>
허그 프로그램이 여타 다른 또래 상담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가??

김 상담사: 또래 상담 프로그램 자체는 다른 대학이나 초중고에서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허그 프로그램이 다른 또래 상담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점은 바로 상담 교육과 슈퍼비전이다. 모집한 또래 상담원들이 바로 상담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상담 교육을 받고 상담에 투입된다. 허그 프로그램의 상담 교육은 초급 상담사들이 받는 교육 과정을 압축하여 상담의 필수적인 요소를 익히게 돕도록 설계되었다. 이 덕분에 또래 상담원들이 단순한 또래 상담을 넘어, 준(準)전문가 수준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한다. 또한 상담 교육 뒤 실제 상담을 한 뒤에도 슈퍼비전 과정을 통해 상담 중에 겪는 어려움을 고민해 보고 발전할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 역시 차별점이다.

상담 교육과 슈퍼비전에 신경을 써 비교적 전문성을 갖춘 또래 상담원이 진행하는 또래 상담이 허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허그 프로그램에서 ‘허그’의 뜻은?

양 센터장: ‘허그’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에는 안아주는 프로그램으로 오해했다. (기자 주: 양 센터장은 지난 7월 상담센터에 부임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 이래도 되나?’ 생각했다. 와서 보니까 완전히 오해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허그’는 사람의 마음을 안아줌으로써 감정을 순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허그’라는 말을 들으면 딱 행복해지지 않는가?

김 상담사: 내담자를 보듬어 준다, 마음을 보듬어 준다는 의미에서 ‘허그’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래 상담원이란>
상담원은 어떻게 모집하고 선발하는가?

백 상담사: 허그 프로그램은 대학원생만을 대상으로 상담원을 모집한다. 그 외 특별히 어떤 조건을 걸지는 않았다. 지원할 때 지원 동기를 받는데, 대개 지원 동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신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은 친구나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으로 극복한 친구들이 스스로 다른 이의 문제를 돕고 싶다며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 듯하다. 부수적으로 자신을 좀 더 알고 싶거나 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은 친구들이 강한 의지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강한 지원 동기를 있는 학생들이 지원하기에 지금까지 지원한 학생들에 대해 제한을 한 적은 없다. 

허그 프로그램은 모든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수료를 인정한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에서 일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혹은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해 탈락하는 경우는 한두 명 정도 있다. 교육을 듣고 수업에 참석하는 과정이 시간,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자연스럽게 동기가 약한 학생들이 탈락하기에 면접 등을 거쳐 거를 필요성도 없다.

양 센터장: 모집의 경우, 원총 인권센터에서 한다.
 

상담 교육에서는 어떤 내용이 다루어지는가?

김 상담사: 또래 상담 교육 자체는 기존에 또래 상담자를 양성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에 기반해서 만들어진다. 다만 학교 실정에 맞추어 수정하여 진행된다. 대학원생이 많이 이용하는 특성에 맞추어 해당 부분을 강화했다. 또한, 실습을 진행한 뒤, 슈퍼비전을 한다. 슈퍼비전에서는 어떤 내용을 상담했는지, 이를 하며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를 이야기해 본다. 그러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담자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상담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를 하는 한편, 교육받은 동기 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한 학기 정도의 상담 교육이 완료된다.
 

전문 상담가가 아니라 허그 프로그램의 또래 상담원이 갖는 장점은?

백 상담사: 아무래도 내담자가 대개 대학원생이니 논문 쓸 때 어려움, 연구실에서의 어려움, 친구 사귀는 방법 등 대학원 생활과 관련된 고민을 자주 나누는 것 같다. 전문 상담사의 경우, 전문적인 상담 능력은 있어도 KAIST 대학원 생활에 관해 자세한 조언을 해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또래 상담원들의 경우, 이미 그 경험을 겪었거나 보고 들은 바가 있어, 내담자들과 분명하게 더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내담자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해답을 주기도 하고 혹은 내담자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 상담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도움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양 센터장: 상담사 선생님의 경우, 아무래도 직원이라는 것이 나름의 문턱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반면 또래 상담원의 경우, 대학원 생활을 먼저 한 또래니까 접근이 쉽지 않을까 싶다. 또한 필요할 경우, 전문 상담사와 연결해 주기도 하므로 전문 상담사를 만나기 전 고민을 토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상담사: 원총 인권센터에서 농담으로 “허그 프로그램이 생기며 원총 인권센터에 상담 오는 경우가 조금 줄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상담센터 역시 전문 상담사들에게 주로 무거운 문제가, 허그 프로그램 또래 상담원들에게 주로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가벼운 문제가 오며 나름의 분업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또래 상담의 대상은>
주로 내담자들은 어떤 사람인가?

김 상담사: 내담자들의 경우, 원래는 대학원생에 한정했었다. 지금은 학부생도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내담자들은 대학원생과 일부 학부생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학원생의 경우, 대개 다른 대학 학부에서 KAIST 대학원으로 진학한 대학원생들이 진로, 연구 등 여러 고민을 토로하고 새로운 친분을 다지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담자였던 대학원생이 상담원과 친해지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내담자와 상담원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특별한 부분이 있나?

백 상담사: 엄밀히 말하면 알 수 없다. 원총 인권센터를 통해 조합이 결정된 뒤, 명단을 받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알지 못한다. 내담자들이 성별이나 전공 등에서 특별한 요청을 할 경우, 원총 인권센터에서 고려한다고 들은 바 있다.
 

슈퍼비전 때 나왔던 고민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상담사: 슈퍼비전 때 상담원들이 여러 고민을 토로하고는 한다. 그중 한 고민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나 연인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질문을 하였을 텐데, 그와 다른 답변을 내가 해야 하지 않나. 그때 이렇게 답했다. “내담자가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만나며 파악한 정보나 특성에 기반하여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담자에게 최적의 대답을 주면 된다. 내담자들은 친구나 연인보다 더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상담사가 해답을 주는 것이 상담이 아니라 같이 찾아 나가는 것이다.”
 

허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KAIST 구성원이나 또래 상담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양 센터장: 상담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행정하고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행정 업무는 다른 사람과 서류를 통해 이어진다. 반면 상담 업무는 직접 만나 공감하고 배려하는 방면으로 힘을 써야 한다. 그래서인지 상담 업무는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나 생각이 든다. 본인도 상담센터에 부임하기 전까지 잘 몰랐는데, 와서 보니 상담원들 역시 고충이 크더라. 

‘상담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의와 고충을 알기에 상담센터 역시 자부심을 갖고 더욱 노력하고 있다.

김 상담사: 그래도 요즘은 과거보다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은 더욱 활발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비교적 건강한 삶을 사는 친구들의 경우, 본인의 고민 정도로 상담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되게 많다. 건강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감기에 걸리는 등 아플 때는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전반적인 삶이 건강해도 넘어질 때나 넘기기 힘든 구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상담센터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가벼운 고민이라도 상담센터는 언제든 열려 있다.

백 상담사: 다른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배운 것을 어떻게 응용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상담원 본인들이 힘들었던 것들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잘 전달하고 도와주려는 의지가 매우 큰 거 같다. 슈퍼비전을 할 때, 다른 대학 같은 경우는 빨리 끝나는데, KAIST에서는 매번 길어진다. 엄청 열정적으로 하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느껴져 너무 감동스럽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 상담사: KAIST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삶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제가 생활 적응, 연구 등의 분야라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또래 상담원들과 상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과제가 좀 더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하면 상담센터에서 우리와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허그 프로그램을 포함한 상담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내담자의 비밀은 전적으로 보장된다. 걱정 없이 편하게 상담하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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