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우 -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통은 탄소 감축에 실패한 분야이다. 왜 교통 분야에서 탄소 감축이 어려울까? 그리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의 저자는 교통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무작정 자동차를 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도시 외곽과 비수도권 지역의 현실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며 사회 전반 시스템에서 변화되어야 하는 점을 짚어낸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장된 걷기 공간’의 비중을 더 높이고, ‘자동차 지배 공간’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 소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철도 중심의 교통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공공교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을버스가 지역에 가져올 수 있는 효과도 묘사한다. 교통 문제는 자칫하면 독자에게 너무 멀어질 수 있는 주제다. 도로를 가득 채우는 자동차, 개인이 혼자서 바꿀 수 없는 철도, 그리고 이들을 바탕으로 성장한 거대 산업과 같은 것에 압도되어 독자는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에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한편, 개인이 그 변화를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개인은 가능한 탄소 배출량이 낮은 방식으로 이동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배출량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며,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에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저탄소 이동 방법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요구사항에 관해서도 정보의 투명성과 공공교통망의 성공과 번영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 두 가지로 나누어 그 근거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기후위기 시대의 이동과 교통의 문제를 철학적으로도 접근한다. 결국 이동의 문제도 인간의 마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가진 이동의 욕구를 명확히 서술하는 한편, 걸을 때는 근육이 불편하거나 힘들다는 것을 즉각 느낄 수 있지만 자동차나 기차 등 동력 기관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시 동력 기관과 마음의 연결이 긴밀하지 않다는 관점도 소개한다. 또, 책 전반에 걸쳐 교통 문제의 존재자를 설정하고 인간이 이에 순응하고 있는지 도전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기후위기, 교통, 철학,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주제에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기후위기에 충분히 대응하면서도 자기 가치감을 누리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이 책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기차에 탄 동료 시민들에게 한 번쯤 손을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p.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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