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밴스 - 「힐빌리의 노래」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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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는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를 거쳐 자수성가한 사업가 J. D. 밴스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를 담음과 동시에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힐빌리’들의 삶을 비추고 대물림 받은 다음 세대의 모습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며 미국 사회의 전반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 미국 사회의 빈곤을 이겨낸 그야말로 개천에서 난 용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이 사회학 학자가 쓴 비평서보다 유익하다며 크게 극찬받고 영화화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힐빌리란 미국 중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백인 하층민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일반적으로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빈민촌 전체를 포괄하기도 한다. 이들은 1940년~50년 새 한창 활발하던 미국의 제조업 시장이 급격히 감소했을 시기 사회의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자연스레 빈민층으로 전락했다. 힐빌리가 겪는 것은 물질적 빈곤 뿐만 아니라 정서적 빈곤도 함께였다. 주변에 마약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다반사고 질서 하나 없이 폭력이 빈번한 세상에서 저자는 그의 할모와 할보(조부모)의 품이 있었기에 따듯한 지지를 받고 사회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지불할 줄 아는 성인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빈곤의 원인을 사회 제도로만 돌리지 않는다. 수많은 미국의 복지제도를 악용하고 노동하지 않으려는 일부 몇몇의 무기력함에도 초점을 맞춘다.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인 푸드 스탬프로 마약을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들 앞에 놓인 세상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의 괴리 중 한 예시이다. 저자의 이러한 자조적인 비판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힐빌리의 삶을 비판하면서도 변화의 의지를 만들어주는 한번의 계기,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한갈래 줄기가 존재하길 바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 것이며, 세상을 방황하며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공감되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 정서적 빈곤을 느낄 때 그를 이끌어주는 것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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