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사회는 건강한 몸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인간을 길러내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 그리스어로 나체를 뜻하는 단어 짐나움(gymnos)에 그 어원을 둔 짐나지움(체육관)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신체 능력을 겨루는 과정은 그리스 청년 교육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이들에게 건강한 신체는 이상적인 미(美)이자 건전한 시민의 자질을 의미했고, 운동으로 잘 다져진 다부진 신체를 과시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운동은 단순히 신체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넘어, 리더십과 책임감을 길러주고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을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지금까지도 4년마다 개최되는 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록 운동을 배우고 즐길 권리가 오직 시민권을 가진 그리스 남성에게만 국한되었다는 시대적 한계를 갖지만, 건강한 신체에 대한 고대 그리스 사회의 지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2022년 체육 교사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에 단 1시간 정도의 체육 수업만이 시행되고 있다.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과정에서 체육 교과목은 부수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고, 한창 신체활동이 필요한 나이의 학생들이 제대로 체육 수업을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바쁜 학업과 취업 준비 때문에 운동을 충분히 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건강한 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랜 세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규칙적인 달리기에서 찾는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지난 30여 년간 매일 일정 시간 책상에 앉아 꾸준히 강도 높은 지적 노동을 하는 일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신체적 능력의 향상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 창의적인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간 우리 학교에서는 체육 교과목 의무 이수 요건을 완화하고, 군복무시 신체활동으로 체육활동을 대체하는 등 체육 과목을 다소 편의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덕체를 두루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체육을 전공과목에 비해 부수적으로 보는 기존의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규 체육 교과목 외에도 우리 캠퍼스에는 최첨단의 체육관과 수영장, 테니스장과 풋살장이 마련되어 있고, 매 학기 베네핏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체력을 단련하고 운동을 즐길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몸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운동 전문가 워크숍을 비롯해, 건강 달리기, 하프 마라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었다. 여학생과 남학생,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와 직원 모두 운동을 통해 활기찬 가을 학기를 보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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