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
Comparison of visual quantities in untrained neural networks - 「Cell Reports」

우리 학교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두뇌 모사 인공신경망을 이용하여 뇌의 선천적 수량 비교 원리를 규명했다고 지난달 7일에 밝혔다.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이현수 박사과정, 뉴욕대학교 신경과학과 최우철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셀 리포츠(Cell Reports)' 7월 29일자에 실렸다. 
 

수의 다름을 '아는' 동물들

사물에 대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수용하고 그 수량을 비교하는 능력은 동물의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연 상태의 동물에게 수의 다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한 적은 없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학습이 결여된 상황에서도 수량 비교 능력이 선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두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 모델을 통해 규명하였다. 

백 교수는 연구에서 사용된 인공신경망 모델의 계층적 레이어 구조와 무작위적 피드포워드(feedforward) 연결이 인지 기능 발생의 최소 조건임을 언급했다. 어떠한 학습도 거치지 않은 이러한 초기조건의 무작위적 신경망 구조에서 백 교수의 연구팀은 두 수량의 비율과 차이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자연적으로 각각 발생함을 확인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뇌에는 두 수의 비율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함이 알려져있었다. 연구팀은 수의 다름을 인식하는 기본적인 인지 능력의 구현을 위해서 수량의 비율뿐 아니라 차이를 구별하는 기능 역시 중요하다는 가정 아래, 동물의 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 모델에서 비율과 차이에 반응하는 신경 활동 양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비율에 반응하는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차이에 반응하는 신경세포 역시 무작위적 신경망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동물의 뇌에도 수량 차이를 구별하는 신경세포 역시 존재할 수 있음을 예측하였다.

연구팀은 계산신경과학적 모델을 통해 두 신경세포의 근본적 발생원리가 같음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신경활동 비선형성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서로 다른 두 기능성 신경세포로 분화되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뇌의 초기 발생 단계에서 초기 확률 분포에 의해 다양한 기능들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분화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동물의 두뇌와 같은 복잡한 기능적 구조가 발생하고 진화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두뇌 모사 신경망 모델에서 수량 비교 능력의 자발적 발생
두뇌 모사 신경망 모델에서 수량 비교 능력의 자발적 발생                                 백세범 교수 제공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

기존의 인공지능 모델에서는 백지 상태의 신경망 모델에 다량의 자료를 학습시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백지 상태의 신경망’이 실은 다양한 자발적 기능이 발생할 수 있는 ‘무작위적 초기상태’라는 것을 지적하고, 인공신경망 모델에서 동물의 뇌와 같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인 기능을 활용하는 새로운 인공지능 구현 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뇌의 선천적 수량 비교 원리에 대한 이번 연구는 앞서 발표된 수량 인지나 안면 인식 연구 결과와 더불어 뇌의 선천적 기능을 규명해내는 일종의 ‘시리즈 연구’ 중 하나다. 이 ‘시리즈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뇌의 기능 중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을 구분하고, 이를 통해 뇌의 발생 단계에서부터 존재하는 뇌기능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후천적인 뇌 기능이 선천적인 기능과 어떤 관계를 가지며 학습되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수는 학생들에게 “유행하는 연구로 몰려다니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KAIST 학생들이 현재 인기 있고 짧은 미래에 유망해 보이는 분야를 선망하는 것을 항상 보게 되지만, 실제로는 현재 유망해 보이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그저 남의 뒤를 쫓아가는, 이미 늦은 타이밍이라는 말과 함께, 학생들이 실제로 사회에서 활동하게 될 10여년 뒤에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 될 지를 지금 내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남들도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는 상상을 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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