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라.’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빛과 소금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라는 뜻이다. 빛은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금은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이 비유에 사용되었을까? 또, 소금은 짠맛이 나는데 왜 짠맛이 나는걸까? 본 기사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소금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짠맛을 느끼는지 알아볼 것이다. 또한, 소금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함께 알아보겠다.
 

© 오예원 기자
© 오예원 기자

 

초식동물들이 소금을 갈망하는 이유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이 있으면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만들고, 질소원이 있다면 단백질과 질소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즉, 모든 유기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동물은 먹어야 산다. 동물은 유기물을 합성하지 못하니 소화와 흡수가 가능한 유기물을 먹어서 에너지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 외에 또 필요한 것이 비타민과 미네랄이고, 이 또한 식물을 먹으면 해결된다. 그러나 소금은 별도로 섭취해야 한다.

동물과 달리 식물 대다수에게는 나트륨과 염소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식물 세포는 우리의 혈액 세포보다는 체세포의 조성과 비슷해 나트륨은 없고 칼륨이 많다. 그러니 식물만 먹고 사는 초식동물은 항상 나트륨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나트륨 확보가 중요하며, 얻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끼리의 경우, 하루 200 kg가량의 풀을 먹지만, 그를 통해 얻는 나트륨은 매우 적다. 코끼리의 생존 전략은 소금의 배출을 막는 것으로, 하루 50 L의 소변 중 소금의 양은 불과 10 mg이라고 한다. 하루 2 L가 안 되는 소변 중 10 g의 소금을 배출하는 인간에 비해 적은 양임을 알 수 있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통해 어느 정도의 나트륨을 흡수하지만, 초식동물은 나트륨이 적고 칼륨이 많다. 칼륨의 과다는 오히려 염분을 먹고 싶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슴, 고라니, 들소 등은 소금이 있는 바위를 빨거나, 다른 동물의 땀을 핥기도 한다. 인류도 수렵 활동 시에는 동물의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었지만, 신석기 혁명 이후 곡식과 채식 위주의 식단을 이어가며 소금 섭취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우리는 어떻게 짠맛을 느끼는가?

소금의 나트륨이 짠맛을 만들고, 염소가 보조한다. 이런 짠맛을 담당하는 수용체로는 ENaC(Epithelial sodium channels)가 가장 유력하다. ENaC은 신장, 폐, 피부 등에 있으며, 나트륨과 리튬 이온 정도의 작은 이온은 잘 통과하고 칼슘, 세슘 등 큰 이온은 제한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채널이다. ENaC를 통해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유입량이 많아지면 세포가 탈분극된다. 그리고 전압 의존성 칼슘 채널을 열고, 세포 내부의 칼슘이 증가해 신경 전달이 일어난다. 이런 ENaC는 대장과 신장에서는 알도스테론에 의해 조절되며 이뇨제 역할의 의약품이나 아밀로라이드에 의해 차단될 수 있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아밀로라이드를 첨가하면 이 채널이 차단되어 짠맛을 덜 느끼게 된다. 즉, 설치류에서 ENaC가 짠맛을 담당하는 주된 경로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인간은 아밀로라이드에 의한 짠맛의 차단이 훨씬 덜하다. 이 때문에 인간에게는 ENaC 외에도 다른 짠맛 수용체가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찰스 주커 교수 연구팀은 과도한 짠맛이 느껴지면, 뇌에 쓴맛과 신맛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경로가 활성화되어 불쾌한 짠맛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뿐만 아니라 쓴맛, 단맛, 신맛 등의 수용체를 발견했다. 교수팀은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AITC)가 불쾌한 짠맛 감각을 무디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AITC는 불쾌한 짠맛뿐 아니라 쓴맛의 정보도 완전히 차단했다. 이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변이 쥐를 실험했다. 쥐는 적정 농도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반응했지만, 고농도에 대한 불쾌한 반응은 확실히 약해졌다. 나아가, 신맛 수용체가 고장 난 쥐 또한 신맛을 못 느끼며 불쾌한 짠맛에 둔감해졌음을 아냈다. 적절한 농도의 짠맛은 정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 변이 쥐를 교배시켜 신맛과 쓴맛을 둘 다 못 느끼는 쥐를 얻었고, 이 쥐는 불쾌한 짠맛을 느끼지 못했다. 즉, 뇌의 쓴맛과 신맛 수용체가 불쾌한 쓴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금이 생존에 필수적인 이유, 삼투압과 전위차

삼투압은 물의 이동 방향을 결정한다. 체내에서 적정 염분 농도가 유지되어야 이온을 통해 삼투압이 조절되고, 물의 이동 방향도 조절된다. 음식물이 소화되고 장으로 갈 때, 매일 약 9 L 정도의 물이 필요한데, 그중 7 L 정도는 몸에서 나온 물이다. 또한, 이 물은 대부분 재흡수되는데, 이때 삼투압으로 물의 이동 방향이 조절되는 것이다. 나트륨 같은 이온들이 이온 펌프를 통해 이동하며 삼투압을 조절한다. 

우리는 왜 바닷물을 마시지 못하는지도 삼투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염도가 0.9% 정도이기 때문에 염도 0%인 맹물을 몸 안으로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닷물은 염도가 너무 높아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소금의 과잉 섭취가 문제인 것도 삼투압 때문에 혈액량이 증가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액에 소금이 아예 없다면 물을 아무리 마셔도 흡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의 감각 세포가 느낀 결과를 뇌에 전달할 때, 나트륨을 이용해 전위차를 만들어야 한다. 세포 안으로 나트륨과 칼륨이 들어와 전위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나트륨이 부족하면 감각 신호가 뇌로 전달이 될 수 없고, 뇌에서 나오는 신호 또한 전달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감각 기관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작동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소금의 염소는 위액의 염산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소금이 용해되어 생긴 염소 이온과 혈액 속의 수소 이온이 염산을 만드는데, 이것이 pH 0.9~1.5의 위산으로 강력한 소화 작용을 한다. 이 강력한 산성은 반드시 중화되어야 하는데, 이때 나트륨이 탄산과 결합해 중탄산염의 형태가 된다.
 

다양한 소금: 암염, 천일염, 자염

소금은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존재한다.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금은 일 년에 약 2억 톤에 이르고, 그중 바닷물을 직접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은 약 30% 정도이다. 

암염은 바닷물이 증발해 소금이 광물로 남아있는 것을 말하며, 석염이라고도 한다. 규모가 큰 지각 활동이 발생하면, 바닷물이 육지로 고립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수분이 증발하면 소금 결정이 두텁게 층을 이루거나, 석회동굴처럼 광맥을 형성해 암염층을 만들기도 한다. 오늘날도 암염이 만들어지고 있는 다양한 소금 호수가 있다. 지각 활동으로 인해 물이 증발하면 하얀 소금 벌판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암염의 채굴 방법은 석탄과 유사한데, 지하나 바위 속으로 갱도를 만들어 파내야 한다. 과거 노예나 전쟁 포로들이 이 과정에서 힘든 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가두고 햇빛에 물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대략 기원전 1000년경부터 사람이 천일염을 생산했다고 추정한다. 바닷물에는 평균적으로 3.5%의 소금이 포함되어 있고, 순수한 염화나트륨은 약 2.8%이다. 나머지 0.7%는 성질이 다른 염화물이다. 섭씨 40도 이상에서 바닷물의 수분이 증발하고 염분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렇게 생기는 고체 덩어리는 0.7%의 염화물 때문에 쓴맛이 난다. 즉, 천일염에는 바닷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물질이 들어가 있다. 

이온교환수지라는 장치를 사용해 바닷물 속의 이온 물질을 분리해 염화나트륨만을 추출할 수 있다. 이를 정제염이라 하고, 기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기계염이라고도 부른다. 바닷물을 여과해 불순물을 없애고, 전기분해나 화학반응을 인위적으로 유도해 바닷물의 화합물들을 원소 형태로 분해한다. 이후 이온교환막을 통과시켜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별도로 분리한다. 이 이온들을 순수한 물에 녹인 뒤 열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키면, 염화나트륨 농도가 99% 이상인 소금이 만들어진다. 

식물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얻을 수 있지만, 나트륨은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동물은 나트륨의 흡수를 중요시하는 가운데 얻은 나트륨의 배출도 최소화하도록 행동한다. 소금의 나트륨으로 인해 삼투압을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몸 내부의 수분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나트륨은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전달하기도 하고, 감각 세포가 느낀 감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거에서부터 인류에게 소금은 필수적인 요소다.

 

© 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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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소금, 마법의 하얀 알갱이>, 박흥식, 박용주, 지성사(2020)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 최낙언, 헬스레터(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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