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볼트운영센터 외 – 「시드볼트」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매해 기록적인 폭염과 대형 산불, 태풍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외 사회는 새로운 사건 사고로 어지럽다. 요즘은 지구의 재앙이 마냥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이상하지 않은 것만 같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우리나라에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경상북도 봉화군, 백두대간수목원에 위치한 시드볼트에 우리나라와 세계의 야생식물 종자들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시드볼트(Seed Vault)는 이름 그대로 종자를 저장하는 금고다. 이는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인데, 작물 종자 위주로 보관하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와 야생식물 종자에 집중하고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그곳이다. 전 세계 1,500여 곳 있는 시드뱅크(Seed Bank)와의 차이점은 당장 사용할 종자를 보관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시드볼트는 기후 위기, 전쟁, 핵폭발 등의 문제로 인한 야생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지어져,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린다. 이 때문에 시드볼트 내 씨앗들의 가장 좋은 결말은 그곳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수십 년, 수백 년 보관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발바르 시드볼트의 경우에는 벌써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한 번 종자가 반출된 적이 있다. 

이 책은 시드볼트의 필요성과 목적부터 시작하여 백두대간 시드볼트의 현황, 이곳에 종자를 맡기는 방법, 시드볼트가 하는 국내외 네트워크 노력 등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시드볼트의 정보를 상세히 담고 있다. 시드볼트가 여러 방송 매체에 소개되며 인지도는 이전보다 올랐지만, 짧은 출연 탓에 전달하지 못했던 내용이 많았다. <시드볼트>는 책이라는 매체이기에 담을 수 있는 문자로 된 자세한 설명과 사진 자료, 그리고 더 깊은 논의를 통해 시드볼트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무엇보다 시드볼트운영센터의 전현직 멤버들 대부분, 생물자원조사팀의 한준수, 김현정, 그리고 야생식물종자연구실의 정영호, 나채선 등 시드볼트가 만들어지는 것을 함께했거나 현재까지도 시드볼트 유지 및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현실적으로 와닿는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 시드볼트가 아직 부족한 점과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진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편집하고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같은 내용이 여기저기에서 반복된다. 또, 객관적 수치와 현장 상황 전달만으로도 충분히 시드볼트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두고는 장이 끝날 때마다 감정을 과하게 담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시드볼트를 홍보하고 알리기 위한 책이기에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탄탄한 취재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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