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고등교육법의 일부로 입법된 대입 사전 예고제는 교육 관련 주체들이 대학 입시 관련 사항을 입학연도로부터 일정 기간 이전에 공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례로 대학이 발표하는 대입전형시행계획의 경우 입학연도를 기준으로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되어야 하며, 우리 학교 또한 지난해 4월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2024학년도 KAIST 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하고, 올해 4월에는 2024학년도 학사과정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하여 공시하였다. 특히 2024학년도 KAIST 학사과정 신입생 모집에 대폭적인 변경이 예고된 만큼, 본지에서는 본격적인 대입 일정에 앞서 주된 정책 변화에 관하여 짚어보는 한편 본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내 구성원들이 가질 법한 의문 사항에 관해 질의하고자 입학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2024년 개편되는 학사과정 모집요강의 개요이다. 모집 인원 및 지원 자격을 포함하여, 전형 구분을 정리한 도표이다.                  © 이윤지 기자
2024년 개편되는 학사과정 모집요강의 개요이다. 모집 인원 및 지원 자격을 포함하여, 전형 구분을 정리한 도표이다.                                                                                                                                                     © 이윤지 기자

 

Early Admission 도입과 서류 100% 선발, Regular Admission 면접 비중은 60%로

우리 학교의 2023학년도 봄학기 학사 신입생 선발 기록을 살펴보면 일반전형,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 특기자전형이 포함된 수시 모집을 통해 700명 내외를 선발하고, 이후에 정시 모집에 해당하는 수능우수자전형을 통해 20명 내외를 선발하여 도합 약 720명의 학생이 봄학기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또한 정시 선발과 비슷한 시기에 가을학기에 입학 대상인 외국고전형으로 40명을 별도 선발하여 입시 일정이 시기상 이원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4년부터는 수시 선발이 Early Admission과 Regular Admission으로 양분되며, 기존 정시 및 외국고전형은 Late Admission에 포함됨에 따라 학사과정 모집 일정이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질 예정이다. 

창의도전전형이 신설된 Early Admission의 경우, 학교장추천전형과 창의도전전형으로 각각 95명, 220명 내외를 선발한다. 입학처에 따르면 수과학적으로 우수하고 KAIST DNA가 잘 나타나는 학생을 서류 비중 100%로 선발함으로써 합격자들에게 Hello! KAIST라는 합격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하여 등록 의지 향상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Regular Admission의 경우 면접의 반영 비율이 40%에서 60%로 증가한 만큼, 수시 일정 이원화를 통해 밀도 있는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 또한 반영되었다. 구술로 진행되는 면접의 경우 수학, 과학, 영어 교과에 대한 학업역량 면접과 제시문 및 지원서를 기반으로 하는 학업 외 역량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출 문제는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앞서 언급된 KAIST DNA에 관해 입학처에 묻자 “우리 학교의 핵심가치인 도전, 창의, 배려의 정신의 함양”이라며, 요컨대 주어지는 과정을 일방적으로 반복 학습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업적 성취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성과를 이룩하는 태도가 평가될 예정이라 답했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 획일화된 기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류 반영 비율 100%, 우수 학생 선발에 지장 없을 것

2024학년도 전형 계획에서 가장 주요한 변화는 수시 선발에 있어 서류 100%의 비중으로 평가하는 Early Admission의 도입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문이과 통합 교육이 시행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학 영역에서도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선택 응시가 가능해지는 등 면접 없이는 대학 진학 후 필요한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지난 2021년 열린 공학교육학회에서 정진택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물리학Ⅱ를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이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진로를 위해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 진학을 위해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실정을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영재학교와 특목고를 제외한 고등학교에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학교당 최대 2명까지 지원을 허용하는 학교장추천전형의 경우, 가뜩이나 서울대 정시 모집의 과학탐구Ⅱ 과목 응시 의무 폐지로 인해 학업 성취도에 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서류 100%의 형태로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 수학, 과학 분야 학업역량 검증 면접의 면제에 관해 입학처에 묻자,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한 꾸준한 교육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교 교육과정과 변화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지원자의 학업 성취 및 심화 학습 수준에 관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아울러 학교장추천전형의 경우 6월 모의고사 성적의 제출을 선택적으로 허용한 만큼 학업 성취도 평가에 대한 보조 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 답했다. 한편 학교장추천전형에 대한 우려의 경우, 일반계열고 학생들의 1학년 성적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전공 선택 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2023학년도 신입생부터 P/NR 제도가 적용된 만큼 1학년 성적의 차이를 극복하고 학교에 적응할 시간 또한 충분할 것이라 의견도 남겼다. 또한 Bridge Program, English Camp, Tutoring Program 등 학업 역량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에, 학생들이 KAIST 일원으로 성장할 미래를 그리며 적극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입생, 별도 평가하지 않아

우리 학교는 2023학년도부터 개설된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학사과정 신입생을 별도 모집하고 있다. 다만 금년이 학과 설립 원년인 데다 선발 절차에 관해서도 혼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 KAIST 신입생 선발을 투트랙 체제로 봐야 하는지 입학처에 질의를 남겼다. 이에 입학처에서는 “외부에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으나, 신입생 모집과 최종 입학생 소속 배정만 분리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KAIST 학사과정의 경우 통합적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해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즉 실제 서류 및 면접평가시에는 무학과 지원자인지 아니면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지원자인지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 이후에 합격생들을 무학과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로 다시 구분하여 발표한다는 것이다. 한편 “본질적으로는 희망 학과와 무관하게 KAISTian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며, 따라서 KPF나 PSS 장학생 선발 기회 또한 동일하게 부여된다고 덧붙였다.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이 가속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대학들 또한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도전, 창의, 배려의 세 가지 핵심 가치 아래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지식탐구를 즐기는 자기주도적 태도를 겸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열정과 도전의지를 함양하고, 나아가 높은 윤리의식과 협력정신으로 국가와 사회, 인류에 기여하려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사는 수천 명의 병을 고치고 공학자는 수억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듯, 개편된 전형계획을 거쳐 KAIST 캠퍼스의 문턱을 넘어설 미래의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동체에 헌신할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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