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해 8월에 생활관 청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생활관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493호 <우리 학교 생활관의 청소 노동 환경은?>) 이번 기사에서는 기자가 직접 교내 건물에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의 업무를 함께하고 인터뷰를 진행해 청소 노동자의 업무 환경을 확인하고, 재활용 및 분리배출 실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30일 어렵게 시간을 내준 청소노동자 A씨를 만났다. 

교내 한 건물에서 미화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A씨를 처음 만난 시각은 오전 7시 15분이었다. 출근 시간이 언제인지를 묻자, A씨는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가 근무 시간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이전에 나와서 근무를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어진 일을 다 끝낼 수 없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음으로 업무 범위에 관해 물었다. A씨는 해당 건물의 1층부터 4층까지의 청소를 맡고 있었으며, 여기에 더해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추가로 청소를 진행하는 다른 건물이 더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더해 A씨는 “인원이 부족하여 증원한다는 말을 이전에 들은 적 있으나, 아직 증원이 이뤄진 바가 없다”라며 청소 노동자의 수가 부족하다는 고충을 드러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묻자, A씨는 곧바로 ‘음식물쓰레기와 분리배출’이라고 답했다. 업무를 함께하며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업무를 시작한 기자는 장갑을 건네받고 가장 먼저 쓰레기통 분리수거를 도왔다. 취재를 진행한 당일은 부처님오신날의 대체공휴일이었던 5월 29일의 익일로, 쓰레기가 상당히 많이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리수거의 첫 번째 과정으로 큰 비닐을 준비해서 카트에 클립으로 매달았다. 이어 ‘일반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여기에 붓되, 중간에 음식물이 나올 때는 따로 빼내서 정리했다. 다음으로 같은 봉투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하나씩 부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한 플라스틱만 따로 카트에 준비된 노란 봉투에 담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부 재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A씨는 “플라스틱에 모인 쓰레기 중에도 분리배출이 안 되는 것이 많아서 따로 분리해 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배포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할 때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하여야 한다. 기자는 플라스틱을 분리할 때 평소 습관대로 라벨을 하나씩 떼어 버렸는데, 이를 본 A씨는 “그렇게 해서는 절대 시간 안에 일을 끝낼 수 없다”라고 하였다. 기자는 곧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쓰레기통의 바로 위에는 ‘생활 쓰레기의 올바른 배출 요령’이 부착되어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해당 요령에는 음식물이 묻은 포장 용기는 깨끗하게 씻거나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버려야 하며, 음료를 버릴 때는 컵 안의 내용물을 반드시 비우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기자가 쓰레기통을 확인한 결과 포장 용기에 음식물을 그대로 담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깨끗하게 씻은 포장 용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음료의 경우에도 플라스틱 컵 안의 내용물을 비우지 않고 커피나 음료수를 담은 채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버려진 음료의 잔여 액체는 쓰레기를 부을 때 옷과 얼굴, 팔에 튀는 등 불편함을 초래했다. 여기에 더해 잔여물을 다시 화장실에 버려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A씨는 “음식물 쓰레기의 찌꺼기와 국물을 분리해서 주면 그나마 수고가 덜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섞어서 주기 때문에 배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A씨가 청소를 진행하면서 갖고 다니는 카트에는 각 층에서의 음식물 찌꺼기를 모으는 용도의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캔류와 종이류의 경우도 플라스틱과 비슷하게 내용물을 비우고, 오염이 심한 쓰레기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 분리수거를 진행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캔류에 들어가는 등 잘못 분리된 경우에는 올바른 곳으로 옮겨 담았다. 쓰레기를 옮겨 담는 과정의 특성상 허리를 굽힐 일이 많았는데, 이에 따라 체험 중간에 허리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올바르게 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는 온전히 청소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청소한 후에는 구석에 마련된 쉼터의 책상과 옆에 위치한 ATM기를 함께 손걸레를 이용하여 닦았다. 층을 바꾸어 계단을 오르면서는 계단의 손잡이를 닦았다. 이어 화장실 청소를 진행했다. 우선 물을 한 차례 뿌린 뒤, 소변기와 용변기를 걸레질했다. 소변기의 경우 밑단을 들어서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휴지통을 비우고 세면대와 그 앞에 위치한 거울을 닦았다. 화장실 청소에 관해 A씨는 “한 번 청소해서는 절대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오전에 한 차례, 오후에 한 차례 청소한다”라고 덧붙였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에는 강의실로 이동해 분필 지우개의 천 부분을 손빨래했다. 

기자가 오전에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지 묻자, A씨는 “오전에 3층까지 청소를 끝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지만 절대 불가능하다. 비닐에 쓰레기통을 들어서 부을 때, 오늘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더 오래 걸린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휴게 공간에 대해서도 물었다. A씨는 “점심시간에 혼자 누워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창고가 있지만, 휴게 공간을 오전에 쓸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오전에 쉬어서는 일을 절대 끝낼 수가 없고, 오전 안에 일을 끝내야만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층을 돌며 모은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건물 앞 쓰레기장에 이동시켰다.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간혹 같은 층이어도 계단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했다. 이런 장소에는 카트를 끌고 갈 수 없어 미리 큰 비닐에 쓰레기를 담은 후 카트가 있는 곳까지 들어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자의 개인 일정으로 인해 오전 9시에 업무 체험을 마쳤다. 체험을 마치며 A씨는 기자의 도움 덕분에 3층의 일부까지 청소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체험 시간은 약 두 시간가량으로 짧았으나, 체험이 끝나니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고 옷에서도 쓰레기의 냄새가 계속해 났다. 또 장갑을 사용하였음에도 팔과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 등 오염 물질이 묻어 있었다. 

기자가 청소 업무를 함께하는 동안 건물을 사용하는 우리 학교 구성원들을 다수 만났으나, 그중 A씨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건물 3층에서 마주친 한 명의 교수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학교를 관리하는 청소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구성원들의 올바른 재활용 및 분리배출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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