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대표적인 삼단논법의 예시다. 한 인생의 끝남은 누구도 감히 반박할 수 없는, 예부터 너무나 당연한 삶의 단계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은 그만큼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두렵기 때문에,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생명 연장의 문제가 인간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과제가 되는 것은 인류 발전에 따른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 오예원 기자
© 오예원 기자

무한한 생명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홍해파리라는 해파리의 한 종은 유성생식을 통해 세포를 무한히 보충할 수 있어서 죽지 않는다. 노화가 진행된 외세포층에서 새살이 돋아, 다시 젊은 해파리가 형성되는 원리이다. 해파리가 노화를 역전하는 도식적 방법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인간의 생명 주기를 무한히 연장할 수 있는 셈이다. 

플라나리아라는 편형동물은 잘게 자르더라도 각각의 조각이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 재생된다. 그들의 이런 놀라운 재생력 뒷편에는 인간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원리, 즉, 빠르게 증식하는 줄기세포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텔로미어에 대한 원리가 숨어있다. 바닷가재의 경우에도 텔로미어를 복원할 수 있는 텔로미어스를 생산해내기 때문에 노화하더라도 번식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인간의 세포 또한 끊임없이 증식할 수 있다. 죽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헨리에타 랙스의 암세포는 소아마비 백신이나 에이즈 치료와 같은 의학적 발견에 도움을 주었다. 그녀의 세포는 공장 시설에서 재생산해낼 수 있는 인간 세포이기에 새 화장품이나 약물 등, 직접 인간에게 실험할 수 없는 것들을 실험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세포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는 돌연변이의 일종이기에 노화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몸 안에 있을 때는 조절되지 못하고 늘어나는 암 세포는 ‘전이’라고 부르겠지만 말이다. 

생물학적 불멸은 이미 존재한다. 그 사실은 앞서 언급한 해파리나 플라나리아, 심지어는 인간의 암 세포에서도 볼 수 있었다. 다만, 노화는 두 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아기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용이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노화와 우리가 흔히 ‘노화’라고 인식하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일어나는 노화다. 그 중 어느 노화를 막을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어쩌면 정말로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떠오르는 질문은 “인간이 영원히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윤리적인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영생을 누리는 인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만 또 동시에 영원히 사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짐 멜론과 알 찰라비가 그들의 저서 <노화 역전 : 장수 시대의 투자>에서 언급했듯, 모두가 같은 틀의 인생을 살아가지 않고 영원한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삶을 재창조하는 것은 또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어니스트 베커의 저서, <죽음의 부정>, 특히 그 중에서도 샘 킨이 작성한 서문에 의하면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궁극적 공포의 존재이다.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죽음을 직시하고 제대로 의식할 수 없다. 심지어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언어, 종교, 예술 등의 분야 발전에 큰 역할을 했을 정도로 인간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도 했을 정도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장수 사업을 통해 죽음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고, 심지어는 그를 조절할 수 있기까지 한다면 인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생명을 돈으로

이미 항노화 산업은 크게 성행하고 있다. 그것이 크림이 됐든, 기도가 됐든, 사람들은 유사 과학의 힘이라도 빌려서 노화를 멈추거나 역행하고 싶어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 자리를 과학으로 채워넣는 것뿐이다. 실제로도 미국의 셀레라 게노믹스 사를 창업한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의 게놈 서열을 빠르고 저렴하게 끝낼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여 큰 진보를 가져왔다. 게놈 서열을 딥러닝 기법으로 분석해낼 수 있다면 인간이 건강한 삶을 더욱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에서 인간장수주식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그의 연구팀은 유전자를 473개 가진 박테리아 게놈을 합성하여 인간이 최초로 창조한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분자 생물학자 신시아 케니언은 예쁜꼬마선충의 노화를 이해하고, 수명을 두 배로 늘린 그녀의 연구로 유명하다. 그녀의 연구는 노화의 원리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히고, 노화 속도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어떤 단백질과 호르몬 전달 경로가 노화를 촉진하는지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그녀는 생물의 세포가 파괴되는 속도보다 복구되는 속도를 조금만 빠르게 해줄 수만 있다면 불멸이 생물학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미 벌레와 생쥐를 대상으로 한 그녀의 실험에서 그녀는 일부 유전자의 조작으로 노화를 상당히 늦출 수 있었다. 

비록 당장은 벌레와 생쥐에 대한 연구더라도 노화 지연이라는 연구 결과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그 결과 투자자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항노화 및 노화 역전 산업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인 롱제비티 인터내셔널이 2018년에 작성한 세 개의 보고서는 이 산업이 현대 사회와 시장에 가지고 오게 될 변화를 예견한다. 
 

생명이 사회로, 사회가 경제로

장수 산업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고령화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노동할 수 없는 인구를 노화 역행을 이용하여 다시금 일할 수 있는 건강 상태로 돌려놓는다면 부양 인구는 감소하고 사회의 경제력은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 구조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만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반대로 장수 기술로 인해 크게 늘어난 노년 인구에게 소모되는 지출이 증가하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고령화는 사회 깊숙이 고착화한 문제이다.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 노년층의 의료비는 증가하지만 충당 가능한 금액은 줄고 있다는 것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지금까지의 의료 서비스는 단지 죽음을 지연시킬 뿐, 노화를 늦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생명을 연장했다는 것이, 건강이 악화될 시간만 연장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노화 역전 산업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역전할 수 있다. 수명 연장을 단순히 숨이 붙어있는 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을 넘어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늘일 수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노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화 관련 질병 의료 서비스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 외에도 노동력 증가 및 사회의 경제력 증가까지 기대할 수 있어, 고령화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2006년, 과학 저널 <사이언티스트>에서 ‘장수 배당금’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제시되었다. 장수 산업은 건강을 개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즉시 시작할 것을 제안하는 그 기사는 대표적 노화 관련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로 들어 당장 이 산업을 활성화하지 않았을 경우 생길 막대한 손실을 꼬집는다. 중국이나 인도의 인구통계학적 흐름 등을 인용하며 국가는 질병과 노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노화 역행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이 훗날 발생할 거대한 의료 서비스 비용을 막기 위한 투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다. 생을 사랑한다는 건, 생의 자유로움이 좋다는 뜻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가장 큰 두려움이자 극복해낼 수 없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의 붕괴나 고령화 같은 문제는 제쳐 두고, 생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노화 역행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생의 활기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강할 시간을 한 줌이라도 더 쥐게 하라. 그리고 그들에게 삶을 택하게 하라.

 

참고문헌
<죽음의 죽음>, 호세 코로데이로, 데이비드 우드, 교보문고(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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