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KAIST 독서문화위원회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음악에 출중한 재능이 있는 음악 교사가 있다. 영리하고, 재미있고,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평범한 선생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종종 아내를 모자인 줄 알고 쓰려는 시늉하고, 꽃을 보여주어도 향을 맞기 전까지는 꽃인 줄 알지 못하고, 사진을 보여주어도 추상적인 인식만 있을 뿐 사진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노래를 부르면서 생활하는데, 큰 소음에 의해 방해받고 나면 커피를 마시다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멈춰버린다. 그러나 그 자신은 자신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기이한 일상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앞서 언급한 뇌졸중에 걸린 닥터 P의 사례를 비롯하여 투렛증후근, 언어상실증, 자폐증 등의 질환으로 기상천외한 증상을 겪고 있는 다양한 신경 질환자들의 짧은 이야기로 엮여 있다. 이 책의 작가인 영국 출신의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뉴욕 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흥미롭고 때로는 경이로운, 정신질환에 대한 한 인간의 투쟁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며 많은 독자의 의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천재의 이야기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꾸준히 다뤄온 소재이다. 그런데도 책 속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디지털 매체보다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을 자연학자인 동시에 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질병과 사람 양쪽 모두에 똑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둘 모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했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중립적인 통찰력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인간의 신비에 대해 편견 없이 마음껏 놀라워하게 한다. 여기서 인간의 신비란, 희귀한 정신질환을 맞닥뜨린 환자의 상태뿐만 아니라, 어쩌면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 나가는 그들의 태도와 생활양식도 겸한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신경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경과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내용이 어렵지 않아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부가적이거나 쉽게 풀이된 경우가 많아 가볍게 읽고 넘기더라도 책이 남기는 여운을 해치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에 집중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그들의 세계를 그대로 마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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