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 - 「여름의 책」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여름의 책, <여름의 책>은 하얗고 귀여운 캐릭터 ‘무민’이 등장하는 <무민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대표작이다. 토베 얀손은 순수 미술, 무대 미술, 연극, 시,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무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름의 책>의 삽화 역시 작가 본인이 그렸다. 1970년대 북유럽의 섬 동네 여름 풍경을 상상해 본 적 없는 독자도 삽화를 통해 소피아와 할머니의 여름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해에 걸쳐 어린 소녀 소피아와 할머니, 아빠가 섬에서 여름을 나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연속적이지 않지만, 담고 있는 주제와 정서는 모두 비슷하다. 신비롭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따뜻하지만 동시에 축축한 여름을 지나며 소피아는 성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 내내 할머니가 함께한다. 때로는 아빠 몰래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기어보고, 새로운 이웃 섬에 같이 무단 침입하고, 조각난 지렁이에 대한 논문을 공동 집필하기도 하며, 폭풍의 책임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아빠는 항상 바쁘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배경 인물로 등장할 뿐이다. 

과거에 걸스카우트 지도자였던 할머니는 자신이 그 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때는 아무도 묻지 않았고, 소피아가 물었을 때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그렇게 괴로워할 때 직접 혼자 작은 캠핑에 나선 소피아는 할머니에게 캠핑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다시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책의 추천의 말을 쓴 모니카 파게르흘름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소피아가 되기도 하지만, 더 자주 할머니가 된다. <여름의 책>은 기분 좋고 가볍게 읽히면서도 각자의 어릴 적 추억을 계속해서 꺼낼 수 있게 도와준다. 걸스카우트 지도자 시절을 떠올리는 할머니처럼 말이다. 

책의 제목과 내용뿐 아니라 디자인도 여름에 적합하다. 더운 여름,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 힘들 때, 이 복숭아색의 얇고 폭 좁은 책은 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여름의 일상과 휴양지, 어느 상황에도 어울린다. 얇지만 글씨 크기가 작고 줄 간격이 좁기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한두 에피소드씩 오래 곱씹어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p. 60)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