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결국 혼자다.’정말 많은 현대인이 외치는 말이다. 이 문장처럼 우리는 혼자가 되고 싶지 않더라도, 혼자인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기술의 발전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오늘, 이제 고독에 허덕이기보다 고독을 즐길 때가 왔다. 이번 기사는 다음 호에 실릴 기사와 이어지며, 본지 521호에서는 우리 학교 내에서 고독을 느끼는 사례와 우리 학교만의 혼자 노는 법을 소개한다. 

 

© 이윤지 기자
© 이윤지 기자

 

디지털 사회 속 고독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정한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또 고독과 유사하게 사용되는 단어로는 외로움, 은둔이 있는데, 이들은 외국어 번역 시 혼용되어 자주 사용된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은둔은 ‘세상일을 피하여 숨음’을 뜻한다. 세 단어는 공통으로 ‘홀로 남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온라인 세계의 발전으로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과 항상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SNS로 서로의 일상이 모두 공유되는 세상이고, 혼자 있을 때마저도 메신저, SNS, TV 등을 켜서 사람과 연락하고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엄밀한 혼자가 되는 것조차도 어렵다.

그러나 세상이 더욱 연결되어 가는 것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거나, 외로움을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세상이기에 혼자여도 무엇이든 가능하게 했고, 때로는 한 개인이 고립되어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이기에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고,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개인화 시대의 등장이다. 
 

1인 가구가 느끼는 고독

KOSIS에서 발표한 1인 가구는 2022년 34.5%로 2020년 31.7%, 2021년 33.4%에 에 이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1인 가구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및 정신건강 문제의 특성과 유형: 서울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의 증가가 고독사 사례 증가로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년 고독사’는 말 그대로 청년층의 고독사를 뜻한다. 그리고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작년 정부에서 발표한 고독사의 공식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고독사한 사람은 1만 5천 명이 넘고, 계속해서 늘고 있다. 그중 50~60대가 절반 이상이고, 20~30대 또한 해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독사하고 있다. 

한창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할 것만 같은 20~30대 청년들에게 고독사 사례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발행한 <2023 청년보고서 ‘희망 금지’>에 따르면 청년 고독사의 대부분의 사례는 취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가 서서히 끊어지고,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전문가의 소견에 대한 인용과 함께 가족과 친구, 직장, 지역사회와 단절된 상태인 사회적 고립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지고 있는 무게는 사회와 자신을 연결할 때 필요한 에너지마저 앗아가고 그들을 ‘사회적 고립’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1인 가구 비율이 높았던 일본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여러 서적이 많이 나와 있다. 일본 최초의 유품 정리 전문회사 Keepers의 대표이사인 요시다 타이치가 쓴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는 작가가 본 고독사의 여러 사례를 담담하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견 당시의 고약한 악취에 관한 설명이나 바퀴벌레로 잔뜩 덮힌 방과 같은 시각적 묘사를 읽고 있으면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또 몇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의뢰인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이야기를 더욱 비참하게 마무리 시킨다. 게다가 57개의 에피소드는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 애써 외면했던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을 즐겨야 하는 이유

같은 사회에 속한 청년들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청년 고독사는 극단적인 사례로 비칠 수 있지만,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외로워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많을 것이며,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혼자가 되어 원하지 않더라도 고독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외로움이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시대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18세기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고독에 관하여>의 저자이자 의사인 요한 치머만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힘은 유연한 고독에 있다. 그것으로 타인의 존재도, 타인의 부재도 견딜 수 있다.“ 

<고독에 관하여>에서는 사색을 위한 고독과 사회생활의 균형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18세기보다도 더욱 개인화된 사회, 더욱 고독한 사회로 넘어온 지금은 이제 혼자 사는 법을 깨닫고 즐겨야 할 때이다.

자신이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도 인식을 못 하고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뚜렷한 명분이 없음에도 이유를 지어내어 할 일을 만들어내고, 나에게 필요한지도 모르는 관계성에 집착하며 약속을 잡는다. 스스로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 틈이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주의를 돌릴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외롭지 않더라도, 고독하게, 혼자 재미를 추구하는 연습을 해둔다면 이후 어떤 일이 닥쳐 고독한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잘 노는 사람들

고독이 곧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외로움으로 채워지는 사람들이라면 혼자 노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몇 년 전부터 혼자 놀기가 트렌드로 바뀌었다. 혼자 어떤 활동하는 것에 대해 단어 앞에 ‘혼’을 붙여서 파생어를 만들어 내곤 한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신다는 뜻의 혼밥, 혼술부터 혼영(혼자 영화 보기의 줄임말),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 가기), 심지어 혼자 떠나는 여행의 줄임말 혼행 등이 그 예시이다. 혼자 하면 이상한 시선을 받던 행동들도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기 좋은 최적의 시기이다. 

자신을 고독한 놀거리 마스터라고 칭하는 <고독한 놀거리 마스터> 책의 저자이자 라이프스타일 샵 KOSNEY를 비롯해 오랜 기간 유통업에 종사한 이종구 작가는 지금의 내가 설령 전혀 외롭지 않더라도 나에게 찾아오는 공허함은 한순간이기에, 또 만일 공허함이 오지 않더라도, 혼자 노는 법을 배운다면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주장하여 자신의 혼자 노는 법을 공유한다.

이 책에서는 혼자 잘 놀기 위해서는 필요한 5가지 능력을 제시하고 있는데 잠시 나열해보겠다.

1. 감각능력 및 이성능력: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능력과 분석하고 판단하는 이성능력, 2. 음미력 및 상상력: 이성으로 입수된 정보를 상상력을 활용해 정서적으로 깊이 구조화시키는 능력, 3. 표현력: 구조화된 정서를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능력, 4. 과시력: 대중들에게 나의 유희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서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는 능력, 5. 모방력: 그리고 이 과정을 타 사례를 통해 배우고 응용하는 능력이다. 그러니, 잘 놀기 위해서는 이 능력들을 하나씩 키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능력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잘 놀기 위한 능력 중 하나인 모방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다. 혼자 영화관에 가고 싶지만 가기 어렵다면 혼자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입문하기 어렵다면 동아리에 들어가 그들의 감각능력부터 모방력을 배워오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면 관련 브이로그를 본다거나, 블로그를 읽어도 된다. 디지털 세계로 인해 우린 항상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문헌 |
<고독한 놀거리 마스터>, 이종구,  (2022)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요시다 타이지, 김석중, (2012)
<낭만적 은둔의 역사>, 데이비드 빈센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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