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그렇게 갈망하던 전역을 했다. 그렇게 군 내에선 잠을 깨우며 괴롭히던 눈이었지만 전역 길의 차분히 가라앉은 눈들은 마치 사회의 시작을 반갑게 맞이하는 화이트 카펫 같았다. 그러나 고대하던 사회의 달콤한 자유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진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스트레스를 주는 잡생각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를 보곤 했다. 그렇게 정주행을 하던 중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펜싱을 하며 날아갈 듯이 행복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내 생에도 가슴 뛰는 일이 있었던가.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일이 있었던가. 이제까지의 수동적인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당장 놓인 것부터 차근차근해 나가려고 하였다. 열심히 하면 무엇인가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앞에 놓인 것은 전공 공부였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하였다. 학교 열람실 창문으로 대학원 연구실이 보인다. 스스로 대학원 연구실의 불이 꺼지기 전까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며 보이지 않는 상대와 경쟁을 하곤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자 앞으로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즐기며 행복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때때로 나만의 페이스를 잃어버려 힘든 순간이 있었다. 한순간의 나태함은 그간의 습관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한 번의 부정적인 생각은 서로 꼬리를 물고 물어 나의 모든 감정을 지배하기에도 충분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갑천을 따라 달리거나 헬스장으로 향했다. 고강도의 운동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여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한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면 부정적인 생각도, 나태함도 물러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날이 갈수록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숙해졌고 건강해졌다. 현재, 잠깐의 정지는 있어도 후퇴는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배울 점을 찾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임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간다. 매일매일의 내일이 기다려진다. 5년 뒤, 1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너무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현재의 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스스로를 믿고 응원할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