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 동안, 새로이 빠지게 된 취미가 있다. 바로 서핑이다. 한 달 전, 동아리 OB끼리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한 번 경험 삼아 강습을 받은 이후로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어, 이후부터 주에 하루는 꼭 서핑을 하러 본가인 부산 해운대 근처에 있는 송정 해수욕장에 들린다.

처음 입문했을 때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표류하는 선원처럼 서핑보드를 꼭 끌어안은 채 둥실둥실 떠내려갔었지만, 어느새 혼자서도 서핑을 하고 파도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었다.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바다의 움직임을 보고, 탈 수 있는 파도가 오면 보드를 돌려서 패들링을 할 준비를 한다. 파도가 보드를 완전히 밀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오면, 그 때 상체를 들고 균형을 잡은 뒤 빠르게 일어선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바다와 해안 사이를 오가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곤 한다. 

서핑의 매력은 파도를 잡고 보드를 탔을 때 오는 색다른 느낌의 속도감도 있겠지만, 나는 발이 안 닿는 바다까지 가서 서핑보드에 앉은 채 파도를 관찰하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 부산에서 쭉 살아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부산 바다가 아름답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름의 해수욕장은 항상 물 반 사람 반일 정도로 붐볐기 때문이고, 사람이 많으면 기가 빨리는 나는 해수욕장에서 노는 것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드문 오전 7시에,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은 오지 못할 깊이의 바다에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망망한 넓이에서 오는 압도감, 하늘과 바다 서로 다른 두 푸른 색의 대비, 그리고 너울거리는 파도가 가져다 주는 생동감 등등... 바다가 좋은 이유를 말하자면 종일도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 방학 때도, 겨울이라 조금은 추울 수도 있고 답답한 두꺼운 웻 수트를 입고 서핑을 해야겠지만, 계속 서핑을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방학 동안 매일 다음 서핑은 언제 하는 게 좋을지 핸드폰 어플로 파도 예보를 검색하고 있다. 1m 정도 혹은 그에 준하는 높이의 파도가 과하지 않게 가장 재밌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파도이기 때문에, 날씨를 본 뒤 그 정도의 파도가 치는 날에 들러야 한다. 항상 가면 완벽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다의 변덕에 맞춰야 한다는 점 역시도 서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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