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벌써 전쟁이 5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공격과 반격을 거듭하며 지지부진한 소모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상자와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편에 선 미국과 유럽을 한 축으로 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신냉전 체제가 도래했고,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저마다 자국의 정치, 경제, 안보적 손익을 따지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방산업체뿐이고, 반면 전쟁이 초래한 환경 파괴는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의 재앙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전쟁으로 인한 환경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장이 된 우크라이나의 환경 오염은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지와 산림이 파괴되었고, 철강 등 중공업 공장 지대와 정유시설이 전략적인 공격 목표가 되면서 중금속과 유해 물질이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카호우카댐을 공격해 앞으로 이 지역의 만성적인 식수 부족과 홍수 피해을 초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댐 주변의 산업 시설과 농장이 침수되 농약과 유독 가스로 오염된 물이 강과 바다를 따라 우크라이나 하천뿐 아니라 이웃 국가의 생태계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폭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수십 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것도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대의 원전이다. 러시아군이 장악한 체르노빌과 자포리아 원전은 그 자체로 무기화되어 핵무기와 같은 가공할 위력의 방사능 폭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전쟁 중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을 만큼 핵전쟁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탄소 중립화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며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미 전차와 군용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소비되었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대량의 탄소배출이 예상된다. 총알과 포탄이 멈춘 뒤에도 전쟁이 불러온 환경 오염의 여파는 오랜 기간 남아 지구를 황폐화시킬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일차적인 피해는 전장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그 주변 국가들의 몫이지만,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환경 파괴의 대가는 전 세계가 함께 치를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전화로 고통받는 인간만이 아니라,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 나아가 하나뿐인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종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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