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지난 4월 21일에 열린 제281회 임시 이사회에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장관, 국회의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 회장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우리 학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 이사장을 인터뷰하여 그가 가져올 변화의 방향성이 어떠할지 알아보았다.
 

KAIST 이사장직으로서 포부는? 

KAIST 이사장직을 맡게 되니 원로 선배는 “마지막 사명으로 알고 유종의 미를 거두라”며 조언했고, 후배 교수들은 “하시던 대로 하시라, KAIST가 부럽다”라고 격려해줬다. 어깨가 무겁다. 2008년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서 곧바로 KAIST 초빙특훈교수(2008~2016년), KAIST 총장자문위원(2008~2021년), 입학사정제 도입 이후 첫 입학사정관(2009년) 등을 지냈기 때문에 캠퍼스와 구성원들이 낯설지 않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드는 걸 보니 KAIST와 깊은 인연이 있었나 싶다. 구성원 여러분의 의견을 계속 들으며 어려움을 덜고, 힘은 실어주는 울타리가 되면 좋겠다.
 

KAIST에서의 비전과 목표는?

총장을 비롯해 KAIST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목표, 비전, 즉 QAIST 신문화전략 핵심가치 추구에 대해 공감한다. 그중 특히 글로벌화의 구현, 융복합 인재 양성과 융복합 협업 연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관심이 크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기술, 디지털 기술, 생물학적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을 기반으로 산업구조와 시장경제 모델이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다. 수십 년간 강조되어 온 융합혁신은 비용-효과적인 혁신임에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R&D의 특허, 기술이전, 창업에 의한 상용화 및 시장 도입으로 경제적, 사회적 결실을 맺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단과대학의 사정을 살피고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되도록 힘을 보태겠다.
 

융합적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1971년에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80년대부터는 과학사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저술 활동과 위원회 활동을 많이 하면서 융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때 국가 과학기술 자문위원, 노무현 대통령 때 국민경제자문위원 등을 지내면서 과학기술의 경제, 사회, 정책적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됐고, 과학기술의 내적 융합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의 융합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의 저술 계획은?

너무 무리해서 눈과 손이 말을 잘 안 듣는다. 마지막 책이라고 쓴 게 여러 권인데, 더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를 쓰게 된 계기가 과총 회장을 하면서 세미나와 포럼에서 썼던 자투리 글로부터 책으로 발전된 것이므로 이사장 경험으로부터 책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R&D의 성과 즉, 논문 결과가 특허출원, 기술이전, 창업 등을 포함하는 상용화와 시장 진입으로 이어져 경제·사회적 결실을 거두는 성공사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청소년·청년 문제에 대한 생각은?

위기 청소년을 위한 지킴이 활동에 관심을 두면서 모든 청소년 문제는 어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비단 이들의 심각한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웰빙이 위기 수준이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웰빙의 조건은 이타적인 삶인데 이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청년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웰빙에 대한 사회운동으로 우리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복원력을 찾는 것까지 실천에 옮기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사장으로서도 KAIST 학생들과 구성원들의 웰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KAIST 학생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세계경제포럼이 강조하듯, 인재가 혁신, 경쟁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의 국가 발전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인재의 조건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협력, 창의성, 호기심, 주도성 등의 인성과 비판적 사고, 소통, 감성적 지능, 서비스, 팀워크, 인지적 유연성,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 등의 사회적, 감성적 학습기술이 인재의 주요 덕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분야를 깊게 파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도 인문학적, 전인적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받는 시대가 됐다. 우리 KAIST 학생들도 그런 덕목을 갖출 수 있도록 학풍과 교육과정,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런 전인적 덕목은 보람 있게 잘 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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