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 연구팀:
Characterization of altered molecular mechanisms in Parkinson’s disease through cell type–resolved multiomics analyses - 「Science Advances」

지난달 8일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발병 뇌 조직의 단일세포 3차원 후성유전체 지도를 작성하고 파킨슨병과 연관된 656개의 유전자를 새롭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4월 14일 게재되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엘리에자 매슬리아(Eliezer Masliah)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되었다. 
 

후성유전적 유전자 조절로 접근하는 질환 연구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질환의 하나로, 중뇌의 흑질 부위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거나 기능을 상실하며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신경세포 및 신경교세포들에서 어떠한 질환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명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의 발병 및 진행 연관 신경병리 기전을 후성유전적 유전자 발현의 조절 관점에서 바라봤다. 정 교수는 “기존 파킨슨병 유전체 연구에서는 인핸서(Enhancer) 같은 비암호화(Noncoding) 인자들과 이들이 조절하는 타겟 유전자 사이의 관계가 잘 연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며 “3차원 후성유전체 지도 연구가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핸서는 유전자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위치하면서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하는 DNA 염기서열이다. 이러한 유전자 조절 인자들은 단백질 등으로 발현되지 않는 비암호화 인자들이기 때문에, 다수의 질환 연관 유전 변이들이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기능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염색체의 3차원 구조를 해독하면 유전자와 비암호화 DNA 서열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 비암호화 서열이 멀리 떨어진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기 위해 염색질 고리 구조(Chromatin Loop) 등 특별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3차원 후성유전체 연구로 파킨슨병 연관 인자 규명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체 기술에 3차원 후성유전체 분석 기술을 접목해 단일 세포 수준에서 파킨슨병 특이적인 후성유전학적 변형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규모 파킨슨병 연관 인자들을 새롭게 규명하고 여러 종류의 신경교세포에서 일어난 후성유전학적 변형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세포 혹은 조직 특이적인데, 기존의 혈액 표본 등에 기반한 연구와는 달리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의 뇌 조직에서 병변이 일어나는 지역을 관찰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파킨슨병의 단일세포 3차원 후성유전체 연구 개요                                                       정인경 교수 제공
파킨슨병의 단일세포 3차원 후성유전체 연구 개요                                                       정인경 교수 제공

 

 

단일세포 수준의 분석이 비결

연구팀은 3차원 후성유전체 지도를 해석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 원인은 파킨슨병 환자의 표현형이 일정하지 않고 너무나 다양했다는 데 있었다. 정 교수는 “질환을 연구하다 보면, 환자 표본을 볼수록 이전에 세운 가설이 깨지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즉, 특정 환자 그룹에서 관찰한 후성유전학적 특성이 다른 환자 그룹에서는 재현되지 않아 파킨슨병의 인자를 명확히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다. 이는 환자마다 발병 경로가 다 다르며, 병변이 일어난 조직을 한꺼번에 분석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단일세포 수준의 분석 기술 도입으로 해결되었다. 단일세포 단위로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관찰하여 여러 신경세포 및 신경교세포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 여러 표본에서 재현 가능한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세포 아형에 따른 파킨슨병 환자 특이적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규명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각 세포 아형에 연관된 파킨슨병 발병 메커니즘을 크게 9가지로 나누어 제시했다. 이에, 이번 연구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나 성상세포(Astrocyte) 등을 비롯한 신경교세포의 후성유전학적 변형도 파킨슨병의 발병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핵 내부에서 DNA가 차지하는 부피는 2~30%에 불과하다. 그만큼 핵막 및 여러 전사 인자와 DNA의 상호작용이 유전자의 발현 조절에 중요하다. 정 교수는 “DNA 서열을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생각보다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지적하며, “유전자의 작동을 이해하는 데는 비암호화 서열과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는 3차원 후성유전체 지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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