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김민정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권현우 교수 공동연구팀이 L1(LINE-1) 역전위 유전단위(Retrotransposon)의 활성화에 의한 사람 대장 상피세포의 유전체 파괴 현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의과학대학원 남창현 박사과정과 육정환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출판되었다.
 

L1 역전위 유전단위

인간 유전체 중 단백질 서열을 암호화하고 있는 염기서열이 1%에 불과하고 나머지 99%는 쓰레기 DNA라고 불린다. 본 연구에 핵심인 L1 역전위 유전단위는 쓰레기 DNA의 1/6을 차지한다. 이 유전자가 활성화될 경우, L1 유전자가 전사와 번역을 통해 다른 유전체의 부분으로 삽입되는 레트로트랜스포지션(Retrotransposition)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L1 유전자의 활성화는 인간 종의 관점에서는 유전체 서열에 돌연변이를 발생시켜 진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각 개체의 관점에서는 세포의 유전체 파괴를 통해 암 등의 질병 발생을 촉진하기 때문에 현생 인류에서 대다수의 L1 유전자는 불완전한 서열을 가지고 있는 등의 기전을 불활성화되었다고 여겨졌다.
 

대장 상피세포, L1 유전자의 활성화 확인

연구팀은 28명에게 피부, 혈액 및 대장 상피조직에서 확보한 899개의 단일세포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했다. 이때 L1 유전자의 활성화에 의한 돌연변이의 빈도는 세 가지 세포 종류 중 대장 상피세포에서 가장 높게 확인되었다. 또한, 동일한 환자에게서 얻은 다양한 대장 상피세포의 유전체 변이 비교를 통해 L1 유전자가 활성화는 배아 발생단계에서부터 평생에 걸쳐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세포는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L1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갖게 된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프로모터(Promoter)에 메틸화*가 일어나면 L1 유전자가 불활성화된다고 추론했던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L1 유전자가 전사될 때 우연히 이웃한 서열까지 함께 전사되어 이들 서열이 함께 레트로트랜스포지션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삽입된 L1 서열의 기원을 추적하고 L1 유전자의 활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L1 유전자의 활성도와 프로모터 메틸화와의 관계를 분석하였을 때, L1 유전자의 프로모터가 메틸화가 되어 있지 않은 위치에서 주로 활성화가 되어 다른 유전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오래된 L1 유전자일수록 메틸화 정도가 높아 유전자가 불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발견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세포들의 배아 발생과정을 추적하여, 후성유전체의 불안정성의 대다수가 초기 배아 발생과정에서 형성되었음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향후, 이 원인을 규명한다면, 노화 및 암 예방에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남 박사과정은 “이 논문의 결과를 얻는 과정에는 엄청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대부분의 순간은 컴퓨터를 보고, 코딩하는 것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하였다. 하지만, “그런 순간 속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결과가 나왔을 때, 성취감과 기쁨이 들었고, 이런 순간이 논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즐거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본 연구 결과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며, “다른 사람과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의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앞으로 연구할 학부생들에게 조언했다.

메틸화(Methylation)*
염기서열 같은 생체 분자들에 메틸기(-CH3)가 붙는 작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