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트 하인리히 - 「뛰는 사람」,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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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미국 100km 마라톤 최고 기록이 6시간 38분 21초로 갱신되었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20대나 30대가 아닌 42세였다. 공식적인 직업도 마라토너가 아닌 생물학자였던  베른트 하인리히. 그는 이후에도 40대에 US 오픈 24시간 달리기 신기록(252.2km)과 US 오픈 100마일 신기록(12시간 27분 2초)을 세웠다. <뛰는 사람>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달리고 있는 그의, 노화와 달리기에 관한 80년 연구 일지이다.

수명과 노화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적게 먹고 천천히 움직이며 심장이 느리게 뛰는 거북처럼 대사율이 낮으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게 과거의 통념이었다. 그러니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심박수를 높이고 부상의 위험이 있는 달리기를 젊을 때만 잠깐 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인리히는 운동하며 생기는 분자 수준의 작은 상처가 치유되는 현상이 도마뱀의 잘린 꼬리가 다시 자라는 것처럼 회춘에 가까운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을 달리던 그는 ‘생명체의 주기와 노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지 실험하기로 했다. 

같은 장 안에서, 심지어 같은 문단 안에서도 생물학과 달리기의 내용이 교차한다. 뒤엉벌의 호흡과 혈액 순환에 관한 연구를 설명하며, 저자 본인이 달릴 때 느꼈던 호흡과 맥박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인간이 땀을 흘리며 체온을 조절한다는 사실에서, 비슷하게 증발냉각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꿀벌과 사막매미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삶에서 달리기와 생물학은 개별적인 영역이 아니기에 두 가지를 함께 설명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인리히는 오래 살기 위해 달리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저 오랜 달리기의 기록을 공유하고 독자가 생각하도록 남겨둘 뿐이다. 그가 달리기의 장점으로 제시하는 것은 몸의 건강보다도 사회적인 건강에 있다. 뛰는 사람들 사이의 도움과 응원, 마라톤 대회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 그리고 달리며 얻을 수 있는 대자연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독자가 여든의 생물학자 마라토너를 더 응원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달리기에는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으므로 4분 달리기와 두 시간짜리 마라톤, 어린 소녀와 80세 할머니의 뜀박질이 모두 위대한 성취가 되어 노력을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회적 활동이 된다.” (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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