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유독 우울해져서 평소보다 훨씬 가라앉아 있는 날들이 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평소에 자주 있는 기분이 좋은 일들은 금방 잊혀지곤 하는데 가끔 가다 생기는 마음 아픈 일들은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아 저 스스로를 괴롭히곤 합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별것도 아닌 일에 친구와 다툼을 벌이고는,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될 일에 사과하기 싫다며 고집을 부리며 친구와 멀어졌던 일이라던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탓을 하면서, 괜스레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며 식사 분위기를 망쳤던 순간이라던가, 그런 과거의 일들이 어쩐지 평소보다 우울한 날들에 자꾸만 떠올라 머릿속을 한바탕 헤집어 놓곤 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전의 몇몇 까리용들에 적었던 것처럼, 정처 없이 산책을 떠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반주를 찾으며 새로운 맛을 즐기는 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우울함을 이겨내려고 노력해봅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예전의 기억들이 잘 잊혀지지 않아서, 가라앉은 상태의 머리로 생각했을 때는 더 좋은 해결책이 있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일말의 후회가 생기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만약 지금의 내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떠올리며 최대한 기억을 직시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물론 아픈 기억들을 직시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아픈 기억들을 다시금 꺼내 마주하는 것은 과거의 선택으로부터 앞으로 내가 마주칠 수많은 선택지들에 대한 지혜를 얻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과거의 아픔을 살피다 보면 앞으로 닥쳐올 다른 비슷한 일들에 대처함에 있어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연고가 상처에 스며들듯이 조금씩이나마 후회의 감정을 낫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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