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 해제를 공식 선포했다. 2020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대학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위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20-22년도 입학생들은 MT, 축제, 동아리 등 각종 교과외 활동을 정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오가며 각박한 대학 생활을 보내야 했다. 특히 감염병으로 각국의 국경이 폐쇄되고 해외 출국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은 인생에서 시간적으로 가장 여유로운 시기에 전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기회를 갖지 못했다. 단순히 관광뿐 아니라 교환학생,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 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교환학생 제도도 코로나19로 인한 지원자 수의 감소, 해외 파트너 대학의 교환학생 파견을 취소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간신히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간 학생 중에는 셧다운을 경험하며 줌으로 수업을 듣고 제한적인 해외 경험만을 안고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이제 코로나 이전과 같은 일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닫혔던 국경도 활짝 열렸다. 여름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을 적극 권한다. 연일 방영되는 여행 관련 방송, 유튜브, 가상 플랫폼에서의 랜선 여행에만 만족하지 말고, 직접 몸을 움직여 일상의 시공간에서 멀어져 보자. 해외 배낭여행도 좋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각종 연수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도시나 마을은 얼마든지 있다. 멀리 가기 어렵다면, 대전 근교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일본의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는 그의 저서 <약한 연결> (2016)에서 디지털 시대에 물리적 여행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여행은 바쁜 일상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이국적인 풍광과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네트워크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적인 자극을 가능케 하는 전복적인 가능성을 갖는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원하는 검색어를 넣기만 하면 어떤 정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검색어를 넣지 않고는 결코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없다. 그렇다면 적절한 검색어는 어떻게 얻을 것인가? 아즈마 히로키는 장소를 의도적으로 바꾸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과 직접 만남으로써 빅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키워드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시대의 여행의 의미는 가상을 떠나 현실로 들어가기 위함이 아니라, 더 깊이, 더 진지하게, 더 비판적으로 가상 세계에 빠지기 위해 현실을 바꾸는 데 있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슨하지만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진 다음이라면, 분명 새로운 검색어를 안고 귀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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