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이글먼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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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은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뇌과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그는 이전부터 ‘뇌 가소성’의 원리에 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저서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에서는 ‘뇌 가소성’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에 한계를 느끼고 그를 대체할 만한 용어로 ‘생후배선(Livewire)’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전구에 불이 켜지려면 전기 배선이 연결되어야 하듯, 우리 뇌는 미완성인 상태로 태어나며 살아가면서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모습을 바꿔가고 발전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이 반쯤 만들다 만 미완성의 뇌를 갖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인류의 승리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이 전략으로 인류는 교향곡을 짓고 고층 건물을 세우는 등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한 문명을 만들었으며, 바다를 정복하고 달을 향해 뛰어올랐을 뿐 아니라 수명도 기존의 세 배로 늘렸다. 이중 어떤 것도 우리의 본래 유전자에 각인된 것은 없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융통성 없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말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원칙만이 새겨져 있다. 우리 DNA가 만들어 내는 것은 주변 환경을 반영해서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로를 바꾸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잦은 발작을 일으키는 세 살짜리 아이 매슈가 뇌의 한쪽 반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사례를 설명한다. 뇌의 절반을 완전히 절제한 매슈는 처음에 몸을 제어하지 못해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매일 물리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은 결과 서서히 언어를 다시 익힐 수 있었다. 석 달쯤 지나자, 매슈는 본래 또래의 발달 단계에 도달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하고, 다리를 살짝 저는 것 빼고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고 있다. 뇌는 커다란 상실을 경험하고도 역동적으로 회로를 재편했고, 사라진 기능을 다른 영역이 나누어 담당하며 자기만의 지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인간의 뇌가 우리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모든 것, 즉 주변 환경, 경험, 친구, 적, 문화, 신념 등으로부터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 혹은 ‘독립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을 가치 있게 여기지만, 사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은 절대 분리될 수 없다. 우리의 신념, 신조, 포부 모두 그렇게 형성된다. 대리석 덩어리 안에서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생후배선’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발견한 모든 것 중에 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뇌와 겨룰 만한 것은 없다.”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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