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교에 오기 전 한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기에 새로운 인간상을 만날 기회가 잘 없었다고 느꼈다. 기존의 인간관계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지속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기존의 인간관계의 확장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에 오자 언제 느낀 적이 있는지조차 기억해 낼 수 없는 새로운 감정들이 샘솟았다. 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한 기분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느낌을 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만난 신인류는 학문을 즐기는 자였다. 기존에 내가 만난 사람들의 학문을 대하는 태도는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학업 성취를 위해 억지로 공부하는 유형, 공부를 즐긴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노력하는 유형, 출석만 하는 유형들이 존재했다. 내가 만난 사람 중 그 어떤 사람도 이 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본교에 와 처음 본 신인류가 바로 이를 벗어났다. 참고로 필자는 셋 중 첫 번째 유형이기에 신신인류도 두 번째 유형일 것이라 생각하고 관찰을 지속했다. 그러나 그는 수강하지 않는 과목의 전공 서적을 구매해 공부하는 기행을 저질렀고 나는 그제야 그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문을 즐기는 자였던 것이다.

나는 기존에 학업을 즐기는 자들을 믿지 않았다. 모두 다른 유인에 의해 그저 결과적으로 학문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문 그 자체를 즐기는 신인류를 목도하며 시야를 넓혀보니 모두는 아닐지라도 이 장소에 있는 다수가 그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 나 또한 그런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나 학부 졸업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분명 때가 되면 즐길 수 있으라 생각하며 여러분 또한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 번째로 만난 신인류는 화학물질을 아주 좋아하는 자였다. 야심한 새벽, 화장실에 가보니 여러 사람이 양치하는 가운데 어떤 물체가 차가운 바닥 위에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워 근접하기 전에는 무엇인지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는 순간 난 그 물체가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신기함에 몇 초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다행히 죽은 것은 아니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화장실 내부로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토사물이 있었다. 변기까지는 문을 열기만 하는 위치였는데 토한 것을 보니 아 급했던 모양이다. 화장실을 다시 나오며 생각했다. 과유불급, 뭐든지 지나치지 않는 것이 건강과 주변 사람의 시력에 좋다. 여러분도 명심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많은 신인류를 만났고 앞으로도 많은 신인류를 만날 것이다. 지금까지의 신인류와의 만남은 나의 편견을 부수고 교훈을 얻게 하는 등 생각을 변화시키는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신인류와의 만남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두렵다, 아니 기대된다. 여러분들도 신인류와 만나기를 고대하며 이만 이야기를 끝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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