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총장 업무 수행 긍정 71.4%로 압도적, 대외 이미지 개선엔 호평 많지만 학생생활 개선엔 의문점도 있어

본지는 지난 515호에서 이광형 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내외 현안에 대한 이 총장의 의견을 짚어보고, 남은 임기 동안의 구상을 살펴본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515호, <임기 절반 가까이 지난 이광형 총장에게 카이스트신문이 묻다>) 이번 호에서는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이 총장의 임기 동안 추진된 사업 및 교내 현안에 대한 학우들의 여론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설문조사는 4월 5일부터 26일까지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 진행했고, 내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총 두 차례 메일을 발송해 안내했다. 문항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째로 이 총장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구체적으로 이 총장의 업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 총장 개인에 대한 호감도, 총장직에 대한 적합도 각각을 따로 물었다. 추가로 과거와 비교하여 이 총장의 업무 수행이 어떤지를 물었다. 둘째로 이 총장 재임 시기 추진된 여러 정책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평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세부 정책은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추진, 뉴욕캠퍼스 건립, P/NR 제도 도입 등 총 14개이다. 셋째로는 학생식당, 생활관, 인권 문제 등 총 7개의 교내 현안에 대해 얼마만큼의 개선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기타 문항으로는 우리 학교에 대한 이미지, 추가적인 의견을 묻는 문항을 마련했다. 학부생 223명, 대학원생 340명을 포함해 총 566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566명 중 456명(80.6%)이 지난 2년간 학교 캠퍼스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응답한 학부생의 평균 학번(입학 연도)은 21.1로, 응답한 대학원생의 평균 학번(입학 연도)은 20.7로 조사되었다. 

 

 

총장 업무 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상단). 총장에 대한 의견을 모아 워드클라우드를 이용해 나타냈다 (하단)
총장 업무 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상단). 총장에 대한 의견을 모아 워드클라우드를 이용해 나타냈다 (하단)

 

 

업무 수행 지지도, 호감도, 총장직 적합도 모두 70% 이상으로 높았다

먼저 지난 2년간 이 총장의 업무 수행에 관한 평가를 물었다. 그 결과 130명(23.0%)이 ‘매우 긍정적’, 274명(48.4%)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총 71.4%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이라 응답한 수는 131명(23.1%),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수는 31명(5.5%)으로 집계되었다.

이 총장 개인에 대한 호감도도 비슷했다. 조사 결과 ‘매우 호감이 간다’가 149명(26.3%), ‘호감이 간다’가 276명(48.8%)으로 75.1%의 응답자가 호감이 있었다.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가 87명(15.4%), ‘매우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42명(7.4%), 중립 등 기타 의견은 12명(2.1%)이었다. 한편 이 총장이 총장직에 적합한지 물은 항목에서는 179명(31.6%)이 ‘매우 적합하다’, 277명(48.9%)이 ‘적합하다’고 응답해 긍정 응답 비율이 80.5%로 높았다. ‘적합하지 않다’는 70명(12.4%), ‘매우 적합하지 않다’는 25명(4.4%)으로 집계되었다. 

추가로 과거 총장들과 비교해 이 총장의 업무 수행 능력에 관해 물었다. 255명(45.1%)의 학우가 이전 총장보다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며, 143명(25.3%)의 학우가 이전 총장과 비슷한 정도로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 총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은 126명(22.3%) 있었고, 39명(6.9%)이 이전 총장보다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대외적 이미지 개선은 긍정적, 학생생활 개선엔 복합적 의견 많아

이어 업무 수행에 관해 긍정 평가한 404명과 부정 평가한 162명에게 중복을 허용해 각각 긍정 혹은 부정 평가 이유를 물었다. 긍정 응답자의 경우, 응답 수가  많은 순서대로 KAIST 대외 이미지가 개선되었기 때문(301명), 추진하는 정책이 학교와 학생에 도움이 되기 때문(185명), 학교 예산 증대에 힘을 썼기 때문(136명), 새로운 학교 문화를 잘 정착시켰기 때문(130명), 학생사회가 소통이 증가했기 때문(110명)이라고 응답했다. 기타 응답으로는 ‘미래에 학생들이 실패에 관대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공계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 문화를 장려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부정 응답자의 경우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115명), 학생생활 개선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108명)이라는 응답이 주였다.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기 때문(25명), 학생사회와 소통을 하지 않았기 때문(23명)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으로는 ‘보여 주기식 정책들이 많음’, ‘기숙사 문제 등 학생 복지가 개선되지 않음’, ‘JMS 문제에 대한 해명이 부실함’ 등이 있었다. 
 

긍·부정 평가 이유 조사 (상단). 14개 정책별 긍·부정 평가 (하단 좌측). 7개 현안별 긍·부정 평가 (하단 우측)

 

정책, 현안별로 학우들의 평가 갈렸다

이 총장 재임 시기 이루어진 14개의 교내외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각 정책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만족한다’, ‘잘 알지 못한다’, ‘불만족한다’, ‘매우 불만족한다’의 선택지가 제시되었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상기 선택지들에 각각 -2~2점을 부여한 척도를 사용했다. 아래는 14개의 정책에 대한 전체 556개의 응답의 평균을 매겨 순서대로 나타낸 결과다. ‘휴학 기한 폐지(1.25점)’, ‘4대 과기원 예산이첩 논란에 대한 대응(0.84점)’, ‘첫화사 등 소통 정책(0.77점)’이 순서대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오송, 평택 등 국내 캠퍼스 신설(-0.16점)’, ‘QAIST 정책(-0.09점)’, ‘P/NR 제도(0.10점)’가 순서대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7개의 교내 현안에 대해서도 유사한 척도를 사용하여 응답을 비교했다. 이 경우 ‘많은 개선이 있었다’, ‘일부 개선이 있었다’, ‘잘 알지 못한다’, ‘거의 개선이 없었다’, ‘아예 개선이 없었다’에 각 2점, 1점, 0점, -1점, -2점을 부여했다. 조사 결과 상위 4개 항목은 ‘코로나19 대응(0.71점)’, ‘특구1번, OLEV 등 교통 문제(0.52점)’, ‘랩비, 성비위 등 청렴 문제(0.41점)’, ‘학생사회에 대한 지원(0.32점)’이었다. 반면 하위 3개 항목은 ‘학생식당, 생활관(-0.45점)’, ‘원생, 외국인 등 인권 문제(0.21점)’, ‘연구에 대한 지원(0.29점)’였으며 학생식당 및 생활관의 시설 문제는 타 항목들에 비해 크게 낮은 점수를 얻었다.  

 

 

학교 호감도, 신분, 입학 연도 등에 따라 일부 사안서 의견 갈려

위에서는 각 현안에 대한 전체 학우의 의견을 묶어 비교했지만, 분석 결과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특정 기준에 따라 분리한 하위 집단 간  의견이 크게 갈렸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우리 학교에 대한 호감도’, ‘신분’, ‘입학 연도’, ‘캠퍼스 거주 경험’이 있었다.
첫째로 학우들이 가진 ‘우리 학교에 대한 호감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체 556명 중 261명(46.1%)이 우리 학교에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273명(48.2%)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부정적인 이미지나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고 응답한 인원은 각 29명(5.1%), 3명(0.5%)에 불과하였다. 

우리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이 총장에 대한 평가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 총장에 대한 지지도, 호감도, 적합도는 예외 없이 학교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단조증가했다. 교내외 정책 및 현안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로, 총 21개 항목 중 16개 항목에서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점수가 단조증가했다. 

둘째로 학부생과 대학원생 간에도 차이가 발생했다. 우선 지지도, 호감도, 적합도 모두에서 학부생의 평가가 더 긍정적이었다. 일부 정책들에서는 학부생의 의견과 대학원생의 의견이 상반되었다. 21개의 정책, 현안에 대한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평균 만족도를 따로 구한 후 가장 차이가 큰 항목들을 조사한 결과, ‘QAIST 정책(0.73점)’, ‘연구에 대한 지원(0.62점)’, ‘휴학 제한 폐지(0.59점)’, ‘뉴욕캠퍼스(0.57점)’, ‘과기의전원 추진(0.55점)’ 순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신규 학과(0.00점)’, ‘군복무자 처우(0.00점)’, ‘학생식당, 생활관(0.08점)’, ‘교통 문제(0.08점)’은 그 차이가 미미했다. 

셋째, 지난 2년간 캠퍼스를 거주한 경험이 있는지 유무도 영향을 끼쳤다. 거주 경험 유무에 따라 분류한 집단별 평균을 비교한 결과, ‘신규 학과 설립(0.79점)’, ‘교내 건물 신축(0.53점)’, ‘학생식당과 생활관(0.45점)’, ‘백로 문제(0.41점)’ 등 교내 시설 환경과 관련한 문항에서 비교적 큰 차이가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입학 연도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경우로 ‘P/NR 제도’가 있었다. 이미 본지 설문조사를 통해 23학번 신입생의 대부분(92%)이 P/NR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지만, 재학생과 졸업생은 조사 당시 각각 73%, 69%가 제도에 반대했음이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513호, <23학번부터 적용되는 P/NR 제도, 학생사회는 어떻게 바라보나>) 그로부터 3달이 지나 제도가 도입된 현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조사 결과 23학번 학부생은 평균 1.76점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22학번 학부생은 -0.73점으로 가장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이때 22학번 이상 학부생에 비해 대학원생의 응답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정책에 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듣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많은 학우들이 ‘이 총장의 활동에 대한 기타 의견’을 적어 총 14,528자에 달하는 학우들의 의견이 모였다. 본지는 문자열에서 핵심 단어를 추출하는 기법인 워드클라우드를 사용하여 이를 그림과 같이 시각화했다. 학우들이 미술관, 기숙사, 학과, 캠퍼스 등 다양한 의제들에 관심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에서는 인터뷰에 응답한 학우 일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학교 정책에 관한 의견과 구체적인 응답 이유를 듣고자 했다. 

이제민 학우(항공우주공학과 22)는 “기숙사와 식당 문제가 포화 상태로 제일 시급한 문제다. 낙후된 기숙사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라며 “이 총장이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학생 개인에게 크게 와닿는 정책이 많지 않다”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동시에 “학생사회와의 소통이 업무 수행에 중요한 만큼, 활발한 소통의 측면에서는 이 총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승찬 학우(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는 백로 문제에 대해 “옛날부터 백로의 소음, 악취에 대한 인지가 있었지만, 나무를 자르는 것 이상의 대응을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 때부터 가장 크게 누적된 문제는 생활관”이라며 시급한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뇌인지과학과 등 신규 학과에 대해 “협업할 수 있었던 팀들이 많은데 건물과 조직을 바꾸며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은 셈이다”라며 융합이라는 단어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함께 학과간 융합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융합을 하는 과를 만들기보다는 융합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크게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최 학우는 이전 총장과의 비교를 묻자 “전에 비해서는 훨씬 잘한다고 본다. 대외 홍보, 예산 확보에 있어서 꽤나 성공적이었다”라며 “다만 총장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시스템이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추가로 미술관 건립에 대해선 “학생들이 직접 전시하며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보인다”며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영재학교 2학년 조기진학을 예시로 들며 정책에서의 세심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고등학교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3년으로 고정된 커리큘럼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고 우려한다. 또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되면 고등학교의 다원화 측면에서 안 좋다. 3학년 과정을 밟을 수 있게 한다고는 하지만 과학고의 사례를 참고하면 그런 경우는 아주 적을 것이다. 경쟁 요소가 늘어난 것뿐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과학고에는 입시 때문에 대외 경험을 기피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영재학교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현호 학우(새내기과정학부 23)는 이 총장의 정책에 대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한다. P/NR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분야를 쉽게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평가하였다. 이어 신설 학과 설립도 넓은 분야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학과에 대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할지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영재학교 2학년의 조기진학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얻는 것이 대학을 1년 더 다녀 얻는 것보다 큰 이득이라고 하는 학생이 많다. 고등학생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출전하는 사례처럼,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영균 학우(화학과 박사과정)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대해 “학과간 장벽이 없다는 것은 자연스러워서 느끼지 못할 뿐 소중한 가치라 생각하는데, 무학과 제도의 정신을 해치고 있다.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해치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P/NR에 대해서 “전공과목을 도전하는 데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업에 소홀한 학생들이 전보다 더 많다고 들었다. 기초필수 과목에서 기초를 쌓지 못할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라고 본다”라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이전에 평가가 나빴던 총장들의 제일 문제점은 불통이었다. 그러나 현 총장은 전보다는 훨씬 많이 소통하기에, 개선의 희망이 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 총장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여남규 학우(산업디자인학과 22)는 세부사항에서 정책 설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반고를 졸업한 여 학우는 이어 “특히 일반고 학생들의 적응이 어렵다고 본다. 동아리가 활성화된 건 맞지만, 여전히 학과별로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 학과에 진입하면 기회가 많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자리가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한편 P/NR에 대해서는 “일반고 출신으로 볼 때 부담을 덜고 공부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다빈치 포인트 제도에 관해 “예술에 대한 관심을 함양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교내에서 열리는 행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학생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공통적으로 ‘큰 정책적 변화와 함께 대외 이미지에는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정책 시행에 있어서 세부 설계나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광형 총장의 성공적인 남은 임기를 위해서는, 정책이 가져오는 혁신만큼 디테일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그리고 학생생활에 대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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