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중심으로 새끼 거위가 위험하다는 소문 퍼졌으나 ,현재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

지난달 초 우리 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거위들이 6마리나 태어났다. 그러나 탄생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6마리 중 2마리가 각각실종 및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1마리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처를 입어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가 보호 중이라는 소식이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등지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때 고양이, 너구리와 같은 동물들이 습격해 어린 거위들이 변을 당하게 되었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며, 어린 거위를 물고 가는 동물을 봤다는 목격담이 퍼지기도 했으나 확실한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에 본지는 자세한 사건의 내막과 여러 낭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평소 남다른 거위 사랑으로 유명한 허 교수를 인터뷰했다. 
 

'거위 아빠'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가 새끼 거위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다. 사진 속 거위는 이번에 부화한 6마리 중 하나이다.                                                                                                                                         허원도 교수 제공
'거위 아빠'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가 새끼 거위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다. 사진 속 거위는 이번에 부화한 6마리 중 하나이다.                                                                                                                                         허원도 교수 제공

 

독자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허원도 교수입니다. 현재 바이오엔지니어링과 광유전학을 연구 중입니다. 광유전학은 빛을 통해 분자 및 세포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조절함으로써, 세포의 여러 기능을 유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입니다. 제 연구실은 지난 10년 동안 연구진 및 학생들과 함께 세포신호단백질, mRNA, 항체 컨트롤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거위 아빠라 불릴 정도로 거위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남다른 거위 사랑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초·중·고 학생 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공작, 꿩, 거위를 비롯한 많은 조류를 접했고, 새들의 자연부화를 기다리거나 인공부화기로 부화시킨 후 새끼를 키우는 조금 특별한 취미생활을 하였습니다. 이들 동물 중에서 가장 키우기 쉬운 것이 거위였는데, 기억력이 좋고 사람을 잘 기억하는 특별한 동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5년 전에 우리 학교에 부임하면서 오리 연못에 자생하는 거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겨울철에는 거위들이 먹이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간혹 먹이를 주었고, 이 경험이 거위와 친해진 결정적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4, 5년 전 즈음부터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3년 전부터는 거위들이 부화에 자주 실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알이 부화할 수 있도록 어미에게 2월부터 먹이를 공급하는 등 집중적으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부화는 교수님 덕이라고 봐도 되나요?

제가 관심을 두기 이전에도 부화는 종종 있었습니다. 2년 전에도 3마리가 부화하는 등 꼭 제 덕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6마리가 부화한 것에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위의 부화부터 지금까지의 타임라인을 설명해주세요.

거위가 4월 5일에 부화하고 4월 6일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오리 연못의 섬에서 새끼 거위 6마리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부터 새끼 거위가 성장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격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학교 내에서 자연스럽게 크는 것을 원해 밤낮으로 주시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화 후 5일 정도 되는 시점에서 한 마리가 보이지 않게 되고 다시 며칠 후에는 새끼 거위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네 마리가 남은 후에 엄마와 새끼 거위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더 긴밀하게 지켜봤습니다. 다만 수컷 거위들이 경계를 서고 나머지는 새끼들을 돌보는 등 강한 가족애를 보여 부모를 믿고 격리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2주 전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새끼 거위들이 너무 걱정돼서 학교에 가보니 노란 새끼 거위 하나가 호수 근처에 쓰러져 혼자 낙오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죽었나 싶어 상태를 살펴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제 오피스로 데려와 백열등으로 35℃의 온도를 맞추어 체온을 천천히 올리고, 따뜻한 설탕물과 죽을 스포이드로 먹이자 이틀이 경과한 즈음부터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일째가 되니 완전히 회복되어 어미에게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쓰러진 거위를 돌보면서 확인된 특이한 상처가 있었나요?

상처는 전혀 없었습니다. 커뮤니티나 언론 등에서는 거위가 습격당해 상처 입은 것처럼 표현이 되었는데 실제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닙니다.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거위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서, 밤이나 비가 오는 등 추울 때는 어미 거위가 일정한 시간마다 품어서 체온을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종종 어미 거위가 야생동물이나 다른 새끼 거위 등으로 인해서 새끼를 품어주지 못하거나 새끼 거위가 무리로부터 격리되기도 합니다. 또한 간혹 비까지 와 체온이 떨어져서 죽는 상황도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거위도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그 이전에 실종되거나 죽었던 두 마리도 비슷한 이유로 변을 당했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병아리 같은 경우에는 양계장에서는 일정하게 35℃ 정도로 온도를 맞춰주니 혼자서 자랄 수가 있는데, 야생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어미가 품어서 체온을 유지해줘야 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품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에타 등 커뮤니티에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지난달 28일,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에 '뽀송뽀송'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된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이다. 잔디밭 위 새끼 거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박현규 학우 제공
지난달 28일,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에 '뽀송뽀송'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된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이다. 잔디밭 위 새끼 거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박현규 학우 제공

 

 

새끼 거위들이 사라졌는데 거위 무리에 혼란은 없었나요?

거위 무리에 큰 혼란은 없었습니다. 제가 새끼 거위를 방생했을 때도 거위들이 많이 반겼고, 새끼 거위가 문제없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재 교내 거위나 오리의 상황은 어떻게 되나요?

거위 성체가 9마리가 있고 1마리는 무리로부터 소외되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를 많이 따르던 거위인데 현재 일주일 이상 안 보여서 많이 걱정되고 있습니다. 남은 8마리 중 3마리가 수컷인데 항상 경계를 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 오리는 4마리가 있는데 수컷 한 마리가 소외당해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 학교 구성원인 거위나 오리를 대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거위나 오리가 적응해서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와시설팀이 꾸준하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주의할 점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과도한 관심은 자제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더 자주 거위를 보니 문제가 생기면 저와 시설팀으로 연락해주시면 빨리 조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지는 허원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타 등지에서 확산되었던 거위 관련 소문에 대해 진위를 파악해 보았다. 그 결과, 사망한 성체 거위는 없었으며 최근 교내에서 발생한 새끼 거위의 연이은 실종과 탈진은 야생동물의 습격보다는 강우와 야간 시의 기온 하강과 생태적인 요인으로 인한 새끼 거위의 저체온증이 더 유력한 원인으로 추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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