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늘을 향해 인공위성과 로켓을 쏘아 올리며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도 우주만큼 많은 신비와 비밀이 숨겨진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바닷속입니다. 바다는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에게 삶의 터전이자 자원이 되어주지만, 우리는 그간 바다를 너무나 당연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호소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막상 바닷속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면면은 자세히 알지 못해왔던 듯합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5월 10일 바다식목일과 31일 바다의 날을 맞이하여 바닷속 해양 생물들의 새로운 면모에 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 오예원 기자
© 오예원 기자

 

플랑크톤의 세계

플랑크톤은 바다에 부유하는 생물들을 일컫는 말로,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인 ‘플랑크토스(Planktos)’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플랑크톤은 흔히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구분됩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 플랑크톤을 의미하며, 황색 공생조류(Zooxanthellae), 규조류(Diatom)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반면 동물성 플랑크톤은 섭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합니다. 단세포 생물, 알, 해파리, 연체동물, 바다에 서식하는 유기체의 유생 단계 등이 모두 동물성 플랑크톤에 포함됩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비롯한 포식자들의 기본 먹이가 되는 한편, 바다만의 독특한 냄새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흔히 해변을 산책하다 보면 맡게 되는 짭짤한 해조류 냄새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독특한 향기는 사멸한 해조류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DMS(Dimethyl sulfide)라는 기체로 인해 발생합니다. 주변 환경이 지나치게 따뜻하거나 자외선 광선이 강해지면 해조류들은 DMSP(Dimethylsulfoniopro-pionate)라는 황화화합물을 만들어 냅니다. DMSP는 박테리아에 의해 DMS로 바뀌게 되고, DMS는 공기 중으로 상승하며 바다 특유의 냄새를 만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 햇빛을 받아 황산염으로 분해된 DMS는 작은 물방울들을 끌어들여 구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물성 플랑크톤에는 비교적 크기가 큰 동물도 포함됩니다. 메두사(Medusa), 일반적으로는 해파리라고 불리는 동물도 여기에 속합니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외양을 갖는 이들은 종종 흥미로운 행동 양식을 보입니다. ‘불멸의 해파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투리톱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1)는 생물학적으로 불사인 해파리입니다. 이 해파리는 ‘전환분화’라고 불리는 재생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노화된 세포들을 최초의 발달단계인 폴립으로 되돌립니다. 폴립은 출아법으로 메두사를 생산하며, 해파리는 생애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바닷속 열대우림, 산호초

플랑크톤이 해양 생물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어주었다면, 산호는 바닷속에 유기체들로 구성된 거대하고 웅장한 구조물을 건설합니다. 산호는 한 곳에 고정되어 군락을 형성하는 작은 동물입니다. 산호초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폴립은 돌산호(Scleractinia)2)입니다. 돌산호는 이동할 수 없고, 이름처럼 단단한 골격 속으로 작은 폴립을 잡아당겨 고정합니다. 수심이 얕은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돌산호들은 황색 공생조류와 공생하며 광합성 산물을 제공받고, 황색 공생조류가 폴립조직의 보호 속에서 안전하게 광합성을 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산호의 군락인 산호초는 열대 바다만이 아니라 차가운 물이나 심해에도 존재합니다. 열대 바다처럼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산호초를 온대성 산호초, 차가운 물이나 심해에 서식하는 산호초를 한대성 산호초라고 부릅니다. 연산호와 의산호류 등이 속하는 한대성 산호초는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공생조류가 없기 때문에 영양분과 유기물질, 그리고 동물성 플랑크톤의 유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해에서도 어획이 이루어지며 산호초가 쉽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산호초의 성장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호초가 온전히 회복될 길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다시 산호초의 정의로 돌아가 봅시다. 산호초는 산호의 군락을 뜻하지만, 당연히 산호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호는 무수한 유기체들의 생활 공동체입니다. 전체 물고기 종의 약 25%가 산호초를 집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산호초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일부는 소리를 만들어 소통하기 때문에, 산호초 안은 때때로 아주 소란스럽습니다. 점박이해마(Hippocampus erectus)는 두개골 뼈 가장자리와 머리에 있는 왕관 모양의 평평한 부분을 마찰시켜 찰칵, 혹은 탁하는 소리를 만들어내 소통합니다. 산호초는 의료 센터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비늘 때문에 고통받거나, 기생충에 감염되었거나, 상처 가장자리가 곪아가는 동물들은 산호초에 방문하여 청소부 물고기들의 도움을 받아 회복합니다.
 

바다의 거인, 고래

지금까지는 작은 생명체들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집채만큼 커다란 해양 생물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여기, 지구에 살고 있는 포유류 중 가장 몸집이 큰 동물을 소개합니다. 바로 바다의 거인, 고래입니다. 90여 종에 달하는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아목(Mysticeti)과 이빨고래아목(Odontoceti)으로 나뉩니다. 수염고래류는 빗처럼 생긴 수염 판을 이용해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걸러냅니다. 혹등고래나 대왕고래 등이 여기에 속하죠. 반면 이빨고래류는 수염 대신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이빨로는 먹잇감을 제압하곤 합니다. 돌고래도 이빨고래아목에 포함되죠. 분수공의 개수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수염고래류는 물을 여과해야 하므로 두 개의 분수공을 가지고 있지만, 이빨고래류는 한 개뿐입니다. 둘 다 잠수 과정이 끝난 후 참았던 숨을 분수공 밖으로 분출하는데, 분수의 방향과 형태도 고래 종류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고래들은 저마다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향유고래(Physeter macrocephalus)3)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향유고래는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의 먹잇감이지만, 그 자신도 악명 높은 포식자입니다. 이들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 중 가장 큰 이빨과 직사각형에 가까운 독특한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몸길이는 평균 16m에, 뇌의 무게만 최대 9.5kg에 달하죠. 향유고래의 머리 안에는 뇌와 함께 고래기름이 들어있는데, 기름의 품질이 매우 높아 등화용이나 윤활유로 사용되곤 합니다. 또한 향유고래 내장 안에 있는 용연향은 값비싼 향수의 원료가 됩니다. 이 때문에 과거 무분별한 포획 활동으로 멸종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심해의 비밀스러운 생명체들

이번에는 바닷속 가장 깊은 곳, 무한한 신비를 감추고 있는 심해로 내려가 봅시다. 심해는 바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심해 생물들에 관해서 알려진 바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심해의 독특한 생물 몇 종류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문어는 해저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명체입니다. 심해 문어의 일종인 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시피카(Graneledone boreopacifica)는 북태평양과 대서양에 서식합니다. 평균 15cm 길이에 흰색에서 적갈색에 이르는 피부색을 지닌 이 작은 문어는 발견되었을 때 바위 돌출부에서 알을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 문어 알의 부화 시간은 53개월이나 됩니다. 또 다른 문어는 덤보 문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그림포테우시스(Grimpoteuthis)4)입니다. 이 문어는 마리아나 전방호 해분에서 발견되었는데, 귀를 닮은 한 쌍의 지느러미를 이용해 헤엄칩니다.

대왕오징어(Archteuthis dux)는 사람들이 바다 괴물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특히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Mesony-choteuthis hamilton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체동물로, 수컷의 몸무게는 750kg에 몸길이는 12~14m에 이른다고 합니다. 오징어 중에서는 빛을 내뿜는 종도 있습니다. 흡혈오징어(Vampyrotheuthis infernalis)5)가 그 주인공입니다. 흡혈오징어의 몸통은 대부분이 섬광을 방출하는 발광포로 덮여 있는데, 위협을 느끼면 차가운 푸른색 빛을 발산하는 입자 구름을 방출합니다. 구름은 최대 10분 동안 빛을 발산하여 공격자를 교란합니다. 그 동안 흡혈오징어는 귀를 닮은 두 개의 지느러미를 이용해 어둠 속으로 도망칩니다.

또, 심해에는 유리를 닮은 아름다운 구조물도 있습니다. 태평양 서부에서 주로 발견되는 비너스꽃바구니해면(Euplectella aspergillum)6)은 유리해면에 속하는 새하얀 해면입니다. 비너스꽃바구니해면의 뼈대는 일종의 규산염으로, 얇은 유리판과 두께가 제각기 다른 유리섬유 묶음, 나선형 능선이 서로 촘촘하게 얽힌 섬유 그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해면의 섬유는 심해의 높은 수압과 조류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유연하고 안정적입니다.


바다는 여전히 끝없이 무한한 탐험지이자 해양 생물들의 터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다채롭고 아름다운 해양 생물들이 무분별한 어획과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닷속 장엄한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바다와 해양 생물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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