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팬 –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외향성이 곧 행복을 의미한다거나, 모든 사람이 외향적인 삶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향성이 내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항상 한 발짝 뒤로 숨은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다. 작가가 한 일은 그 고민을 1년간의 ‘외향인으로 살기 실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의 과정을 마치 일기처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옆자리 친구나 룸메이트 등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사람들 뿐이다. 사교 모임에서는 가장 빨리 도망쳐 자기 집 아늑한 침대로 숨어버린다. 그런 삶을 익숙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문제를 느낀 것은 남편을 따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런던에 정착하면서부터이다.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모두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그녀는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하는 삶은 ‘기대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본래 주위에 담을 쌓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였지만, 조금씩 뒷걸음질 쳐 숨은 자신의 안식처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선언한 작가는 지푸라기를 잡듯 다양한 시도를 한다. 심리학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인간관계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며,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앱을 통해 친구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물론 모든 시도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앱에서는 20번 넘게 거절당한다. 당시의 상황 묘사에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응답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었다. 이제 그녀는 네트워킹 파티와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도전한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녀는 해냈고,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던 두려움으로부터 잠시의 해방감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며, 잠깐씩 두려움의 세계로 뛰어들어도 아무 문제 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작가는 자신의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가는 마음의 단단함을 길렀다. 이제 그녀에게는 마음속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있다. 낯선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도시는 새로운 만남과 기대되는 우연으로 가득하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 바깥의 인간관계는 오히려 더 단절되었고, 타인과의 대화는 의미 없는 수다에 그칠 때가 많다. 외로움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다.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거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다가가고픈 마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손을 흔드는 시도는 삶의 의미를 더하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제시카, 누구도 먼저 손을 흔들진 않아요. 하지만 상대방이 손을 흔들면 ‘모두’가 손을 흔들어요.” (p.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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