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카이승트', '카이스트의 숨은 전설' 작가 주은진 학우

‘외고졸의 빡시고 외롭고 치열하지만 나름… 재밋는…’ 우리 학교의 일상을 담아내는 만화 ‘카이승트’, 카이누리와 함께 우리 학교의 숨은 전설을 탐구하는 ‘카숨전’을 그린 학우가 있다. 지난달 25일 19화를 연재한 ‘카이승트’의 작가 주은진 학우(전산학과 09)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만화 ‘카이승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만화로 시작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했는데 학기 초부터 밀려오는 퀴즈, 숙제, 실험을 하는 제가 ‘급한 불끄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상황을 그림으로 그렸고, 그림 속의 글만 바꿔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친구들이 공감되었는지 댓글도 많이 달아주고, 스크랩도 많이 해갔습니다. 그렇게 계속 만화로 그리게 되었어요. 카이스트를 치다가 난 오타로 ‘카이승트’라는 제목도 탄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2010년부터는 네이버 블로그로 옮겨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1화부터 2013년 19화까지 변천사
1화에 비하면 지금의 만화들은 많이 달라졌어요. 제 주위의 재밌는 이야기들을 초반에 했다면, 지금은 KAIST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어요. 만화가 5년이나 되다 보니 그때그때의 유행이나 추억을 담고 있습니다.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의 차이는
평소에 웹툰을 많이 봐요. 즐겨보는 웹툰으로는 치즈 인더 트랩, 마음의 소리, 낢이 사는 이야기 등이 있어요. 이렇게 웹툰을 보는 것은 취미이지 만화를 그리는 것과 관련은 없습니다. 만화 ‘카이승트’는 우리 학교만의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특징이 있지 그림체가 화려하거나 구도가 좋은 만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본업이 학생이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는 만화 그리기에 전념 할 수는 없었어요. 예를 들어 시험 기간을 소재로 한 만화는 시험 보기 전에 그려야 해요.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번 시험 기간에는 은근히 숙제가 없고, 수업이 없는 시간이 생겨서 시험기간을 주제로 19화를 그릴 수 있었어요.

‘카이승트’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화는
꼽자면 ‘카이스트의 계급’ 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학교 학우들을 상류층인 영재학교를 나온 친구들, 중산층인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서민층인 외국어고등학교, 일반고등학교, 외국고등학교 출신 친구들, 나머지 외국인 친구들로 나누어 표현했지요. 몇 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민 화이팅”하면서 훈훈한 마무리를 지었던 것 같아요.

주은진과 ‘카이승트’의 미래는
저는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재밌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기왕이면 직업이 국외 출장이 많은 직업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언어를 배우고 다른 사람과 그 언어로 소통하고 싶어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제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서 ‘카이승트’가 어떻게 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디에 가든지 그림을 계속 그리고는 싶어요. 다음 학기는 학교에 다니니까 조만간은 ‘카이승트’로 독자분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KAIST에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인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교환학생 기간에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일반 배낭여행으로는 힘든 유럽 9개국 여행도 다녀왔는데 이건 정말 추천합니다.
작년 가을학기 때 재미있었던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PhotoXKAIST 행사에 참여해서 7등을 한 경험도 재미있었고, KAMF 때에 캐릭터 스티커를 만들어서 팔았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친구들과 함께 수작업으로 싸게 팔았는데 다 팔려서 좋았어요. 이번에는 더 높은 품질로 판매하려고 해요.

‘택시투게더’ 개발에도 참여했는데
집에서 대전까지 버스비보다 학교로 가는 택시비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택시 동승이나 카풀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택시투게더’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저는 서버 부분을 맡았고 같이 개발에 참여했던 안병욱 학우(전산학과 07)와 정창제 학우(전산학과 11)가 힘을 합쳐 아이폰 버전을 출시했고, 지금은 안드로이드 버전까지 나왔어요. 지금은 많이 이용되지 않는데 이번 학기말까지 리뉴얼할 예정이에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5년 동안 휴학도 안 하고, 힘들었던 새내기 시절을 추억으로 삼으며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 “누나 왜 아직도 학교다녀요”라고 하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학교의 분위기가 약간 조급한 것 같다는 걸 느껴요. 휴학도 할 수 있고, 전과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본인이나 주변에서 채찍질 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학우들이 남는 시간을 단순한 돈벌이에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돈은 들어올 때도 있고, 나갈 때도 있지만 시간은 한 번 지나면 다시 못쓰잖아요. 고학년이 될수록 방학 때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저학년 때부터 좋은 추억을 쌓으세요. 여행이나 랩 생활, 인턴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정말 추천해요. 또, 여행 다닐 때에는 사진이나 기록을 많이 남기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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