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졸업이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던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남지 않아서 내가 곧 졸업한다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았다. 3학년쯤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번 학기 시간표를 짜면서 내가 정말 고학번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이미 들은 과목과 절대 듣고 싶지 않은 과목을 제외하면 선택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졸업 시뮬레이터를 돌렸더니 충족하지 못한 요건이 딱 하나 남아있었다. 다음 학기에 수업만 들으면 나는 정말 사회인이 된다. 그게 조금 두렵고 걱정되기도 하고, 대학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대한 아쉬움도 크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반복되는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얼른 졸업하고 싶었는데, 내가 아쉬워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대학생은 말하자면 어른도 학생도 아닌 신분이라고 생각한다.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큰 책임이 요구되지 않고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기. 이 생각을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조금 실패해도 괜찮을 때 연구실 생활도 해보고, 인턴 지원도 해서 진로를 정하면 어땠을까 한다. 그게 아니면 아예 장기 여행을 떠난다거나 더 열심히 놀아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학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만을 목표로 살아왔더니 지나치게 무난하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없는 학교생활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친구들과 더 많은 추억을 남기지 못한 것도 후회된다. 새내기 때는 모두 기필 수업을 들어서 여럿이 모여 공부하기도 했고, 시간표가 비슷하니 일정을 맞추기도 편했다. 각자 다른 전공을 선택하면서 듣는 수업이나 학기 중 일정이 다 달라져서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공감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듣고 있는 수업이 어떤 수업이고 왜 힘든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런데도 완전히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왠지 서운하다. 졸업하고 나면 누군가는 대학원에, 또 누군가는 회사에 가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전공으로 인한 상황 차이보다도 확연하게 주변 환경이 달라질 텐데, 마음은 변하지 않더라도 환경 차이로 인해 멀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에겐 아직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더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애정을 표현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부디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길 바란다. 실패해도 괜찮은 시기인 만큼 하고 싶은 일은 몽땅 다 해보고,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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