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1 건물의 남성 장애인 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화장실’ 로...작년 12월부터 운영 중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이 전국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1일 헤럴드 경제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3월 성공회대학교가 처음으로 설치하고, 서울대학교에서도 문화관 리모델링 계획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반영했다. 우리 학교에도 이 같은 시설이 작년 12월에 들어선바 있어 화제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어떤 사회적 정체성과 신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뜻한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성별이 다른 보호자를 동행한 유아, 장애인을 비롯한 기존 화장실의 형태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학교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김병호·김삼열IT융합빌딩(N1) 4~9층에 층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기존에 있던 남성 장애인 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사업은 포용성위원회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포용성위원회는 국적, 성별, 종교, 인종, 신체장애, 성적 지향 등 캠퍼스 내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2017년에 만들어졌다. 해당 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 만나서 학내외의 다양한 이슈 및 앞으로 우리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자유롭게 논의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이란 히잡 시위 상황에서는 학내 구성원 및 유관 기구들과 연대하여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해당 국가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을 주도한 주영석 포용성위원회 위원장과 류석영 전 포용성위원회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지난해 12월부터‘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N1건물 4~9층에서 운용되기 시작했다.©김서경 기자
지난해 12월부터‘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N1건물 4~9층에서 운용되기 시작했다.                                            ©김서경 기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주영석 교수(이하 주): 의과학대학원에 재직하며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주영석이다. 현재 류석영 교수님의 뒤를 이어 2021년 9월부터 제3기 포용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석영 교수(이하 류): 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친 동문이고, 현재 전산학부 학부장인 류석영이다. 2017년 9월부터 4년 동안 포용성위원회 위원장이었고, 현재는 포용성위원회 위원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 계기는?

주: 설립에 대한 요청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었다. 2022년 초, KAIST의 한 구성원으로부터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을 다시 한 번 제안 받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포용성위원회 위원들과 학교 측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준 덕분에 우리 학교에 첫 번째 도입이 이루어졌다.

류: 2019년 3월부터 2년 동안 학생생활처장으로 있는 동안 다양한 학생들로부터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에 대한 요청을 받았지만 여러 여건상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후에도 학교 본부와 포용성위원회에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고, 관련 부처가 다각도로 논의해왔다. 그러던 중 전산학부 학생들이 N1 건물 4~9층에 여성 장애인 화장실 없이 남성 장애인 화장실만 6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중 3개를 여성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다가, 6개 모두 특정 성별뿐 아니라 장애인과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도 사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변경했다.
 

설립 과정 및 현재 운영 현황

류: 특별히 운영이라고 할 것은 없다. 이미 있는 화장실의 ‘남성 장애인 화장실' 표시를 ‘모두를 위한 화장실’ 표시로 바꾸기만 한 것이라서 설립 시에도 반대는 없었다. 학교 시설팀 등 관련 부서와 상의해서 진행했고, 모두 적극적으로 진행해 주셨다. 기존에는 남성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사용하지 못하던 더 많은 분들도 사용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설립 계획

주: 많은 분이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공감하고 계시나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이다. 새로운 공간을 특별히 만들거나, 기존 화장실을 개조하는데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새로운 건물, 혹은 리모델링하는 건물부터 조금씩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새로운 건물에는 기존의 남성/여성 화장실과 함께 소수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수혜자이지만, 남성/여성의 전통적 구분을 따르지 않거나, 혹은 어린이나 노약자와 함께 사용이 필요한 분들이 조금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류: 또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전산학부 증축 건물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이 가지는 의의 및 우리 학교에 미치는 영향

주: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본인은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더 일반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정의 화장실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다. 기차나 비행기의 화장실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유럽 국가의 화장실에는 남녀 구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성별을 구분한 화장실들이 많았던 이유는 통일된 형식이기에 공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별 고려 없이 통상적인 방식을 따라 건물을 지어온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별을 구분하고 있는 화장실을 불편해 하는 학생들이 있고, 그 이유가 부당하지 않다면 우리는 이러한 목소리를 귀기울여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류: 해당 내용을 2023년 1월 말에 모든 학과장이 모여 지난 한 해 동안 학과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일과 이번 한 해의 계획을 나누는 자리에서 전산학부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로 보고했다. 총장님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함께하셨던 분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고, KAIST가 모든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포용성위원회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카이스트의 모습

주: KAIST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번영을 이끌고 행복을 증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재능의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캠퍼스 환경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포용성위원회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성을 증진하는 모든 이슈에 관심이 있다. 포용성위원회의 활동이 우리 구성원들 사이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편 가르기나 혐오를 없애고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류: 모든 사람이 저마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다른 모습이 틀린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립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도 들어 보았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 소속 하지흔 학우(융합인재학부 20)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차별 없고 포용적인 KAIST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며, 실제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 도입에 반가움을 표했다. 이어 “학소위에서는 이메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채널 등 여러 창구를 이용해 학생분들의 제보를 받으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같이 학교의 여러 관계자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사안의 경우, 매달 진행되는 포용성위원회 혹은 인권벨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며 필요한 경우 학생처장이나 시설팀과의 연락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가 가장 필요한 공간이 어디인지 추려 학교 측에 전달한 바 있다”라며 학생 측의 입장을 학교에 전달하기 위한 학소위의 노력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건물 신축이나 기숙사 리모델링 시에도 지속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성중립 화장실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며 학소위의 향후 활동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작년 10월에 발표된 선언문 이후 소수자를 포용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캠퍼스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모든 학내 구성원에게 안전한 캠퍼스를 위해서는 바꿔 나가야 할 것이 매우 많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화장실이라는 공간부터 더 포용적으로 만들어가는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캠퍼스 전체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 계속될 학교의 변화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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