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학부 생활관 자치회(이하 학부 생자회) 회장단 선거 투표를 장려하는 학내 전체 메일이 발송되었다. 낮은 투표율을 알리고 생자회의 역할과 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선거는 결국 개표를 위한 최소 투표율인 15%를 채우지 못한 채 회장 후보 2.1%(109표), 부회장 후보 1.9%(98표)의 낮은 투표율로 무산되었다. 뒤이어 학부 전체 선거가 아닌 간접 선거를 위한 선거인단을 모집했으나, 지난달 28일, 모집 미달로 인해 재선거 또한 무산되었다. 
 

학부 생활관 자치회의 역할은?

학부 생자회는 매년 생활관비 인상, 생활관 내 거주 환경개선, 편의시설 설치 등에 관하여 학생들의 처지를 대변하여 학생생활팀을 비롯한 학교 부서들과 협의하는 단체이다. 회장, 부회장, 그리고 각 생활관 동장[사랑관(N14), 소망관(N16), 성실관(N17), 진리관(N18), 신뢰관(N20), 지혜관(N21), 미르관(W6), 나래관(W6) 각 1명과 아름관(N19) 2명]으로 구성된다. 현승우 전 학부 생자회 회장이자 전 학부 생활관 자치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겸 현 학부 생자회 회장단 선거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장은 “학부생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온전히 연구나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학부 생자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2020년 이전, 학부 생자회의 주요 업무는 상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며 건의 사항을 받아 학생생활팀에 전달하고 해결을 돕는 것이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QR코드를 프린트하여 생활관 내에 부착하고 당시 활성화되어있던 학내 커뮤니티 <ARA>(이하 아라)와 페이스북을 활용하며 생자회 업무를 학생들에게 알렸다. “겨울철 특히 추운 일부 방에 예외적으로 생활관 전열 기구 반입을 허가해달라는 건의 사항부터 생활관 인터넷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건의 사항까지 다양한 건의 사항이 있었다”고 현 선관위장은 설명했다. 

학부 생자회는 독자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는 자치 단체가 아니기에 예산이 필요한 행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생활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아가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이 희망하는 사항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교 차원의 생활관 사업 진행 시 총학생회와 함께 학생 사회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기도 했으며 생활관 인터넷 네트워크와 냉난방, 킥보드 충전소와 관련하여 정보통신팀과 시설팀과 논의하기도 했다. 그 외에 생활관 내 부착된 홍보물을 관리했고 냉장고와 빨랫대를 수거하여 바자회를 진행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부 생자회가 최근 활동하지 않은 이유는?

학부 생자회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2020년 봄학기, 코로나19 상황으로 학부 학생 중 대부분이 귀가하며 학부 생자회의 역할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동장 지원자가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생자회 활동이 축소되며 동장 지원자는 더욱 감소했다. 투표 역시 진행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당시 학부 생활관 자치회칙 개정을 통해 동장을 투표가 아닌 면접으로 선발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나 회칙을 공고하지 않음에 따라 회칙 개정안은 유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봄학기, 면접으로 진행되었던 동장 선발은 무산되었다. 

학부 생자회가 코로나19 이전처럼 활동하지 못했던 지난 3년간은 생활관 내 개선되어야 하는 사항이 발생했을 때 학생 개인이 학생생활팀에 직접 역할을 취해야 했다. 다른 말로, 학생과 학생생활팀 사이를 연결할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부재했다. 소음 문제나 청결 문제 등 학생 사이 갈등이 있을 때는 대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등에 관련 익명 글을 올리는 것이 주요 갈등 해소 방법이 되었다. 

2023년도 학부 생자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지난해 12월에 시작되었다. 비대위가 구성되어 동장 선발 방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학부 생활관 자치회칙이 개정 및 공포되었다. 자치회칙의 주요 개정 사항은 동장 선발 절차 간소화, 회장단 및 동장 임기 한 학기로 변경, 그리고 총무 직위 삭제였다. 그러나 이런 절차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및 선거인단 모집 인원 미달로 인해 결국 지난달 내로 학부 생자회 회장단이 구성되지 못했다. 
 

학부 생자회 대표 선거의 무산에 관하여

학부 생자회 회장단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는 상황에 관하여 빈희진 전 비대위원 겸 학부 생자회 회장 후보는 “20학번부터는 생자회가 정상 운영되는 걸 보지 못했으니 (각자의)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시다 보면 생자회를 모르실 수 있을 것”이라며 “모르는 단체가 와서 투표하라고 하면 안 하는 게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생자회 상황에 관하여 “관심이 없어서 운영이 잘 안되고 운영이 안 되니까 관심이 없어지고 악순환인 것 같다”며 “이 상황을 이겨낼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낮은 투표율을 극복할 홍보 방법이 있겠냐는 질문에 현 선관위장은 학부 생자회와 생자회 회장단 선거의 “뚜렷한 홍보 방법을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아라, 에타에 관련 공지사항을 게시했고 학내 전체 메일을 발송했는데도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빈 후보는 낮은 투표율에 관해 “생자회만 그런 건 아니라”며 “다른 자치 단체에서 진행하는 활동과 투표도 참여율이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현 선관위장도 “(생자회 뿐 아닌 교내 자치 단체의) 세대교체가 잘 안된다”며 “사람들이 조금 더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선관위는 학부 생자회 동장의 임기가 한 학기로 바뀐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생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선거가 두 차례 무산되었지만, 개표를 위한 최소 투표율을 낮추어서라도 재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현 선관위장은 “생활관 자치회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제대로 운영되었던 적이 없어서 (생자회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모르겠지만 정상적으로 활동이 재개된다면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아니면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니 다음 선거에 많이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여, “벚꽃 시즌 외부인과 내부인 주차 관련 사항도 생자회가 학교 측과 이야기할 수 있다”며 학부 생자회가 정상화됐을 때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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