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 연구팀:
Construction and Functionalization of a Clathrin Assembly for a Targeted Protein Delivery - 「Small」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 연구팀이 클라트린을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달 14일 밝혔다. 김홍식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Small’에 지난 2월 22일 자 19권 8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 및 출판됐다.
 

클라트린을 약물 전달에 사용하다

클라트린은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던 단백질로, 세포 내 물질 수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쇄와 경쇄가 하나의 쌍을 형성하고, 중쇄의 말단 부분에는 삼량체화 도메인이 있어 총 세 쌍의 중쇄 및 경쇄가 하나의 트리스켈리온(Triskelion)이라고 하는 단위체를 이룬다.  세포 안으로 물질이 들어오려 할 때, 이 트리스켈리온 단위체가 서로 조립되어 클라트린 피막 소포(Clathrin Coated Vesicle)라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포 내에 물질이 담기고 세포 내부에서 물질이 수송된다. 이번 연구는 ‘클라트린을 세포 안이 아닌, 세포 밖에서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클라트린 조립체의 설명 및 효능                              김학성 교수 제공
클라트린 조립체의 설명 및 효능                                                                                                             김학성 교수 제공

 

암세포를 인식하고 사멸하는 클라트린 설계

클라트린 자체는 스스로 조립되는 기능만 있기 때문에, 클라트린을 암세포에 대한 약물 전달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를 인식하고 사멸시키는 기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클라트린을 새로 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되었다. 클라트린의 중쇄에는 세포막 내부 표면에 부착된 단백질을 인식하는 부위가 있는데 세포 밖에서 약물을 전달하는 상황에서는 해당 부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제거했다. 

이후, 중쇄와 경쇄에 각각 접합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추가로 연결해서 독소 단백질과 암세포를 인식하는 단백질로 기능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활용한 접합 단백질은 기존에 개발되어 있던 기술로, 서로 다른 두 쌍의 단백질(Catcher)과 리간드(Tag)로 구성된다.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하나의 단백질이 하나의 리간드에 독립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중쇄에는 독소 단백질을, 경쇄에는 암세포 인식 단백질을 결합해 클라트린의 기능화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조립체의 기능화를 위해 화학 반응을 많이 활용하지만, 대부분 원하는 위치가 아닌 곳에 기능화가 이루어지거나 두 종류의 기능화를 하기 위해서 순차적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활용한 두 쌍의 단백질과 리간드를 이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단 한 번의 반응으로 두 종류의 기능화를 할 수 있다.  또한, 반응에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단백질이기 때문에 다른 단백질과 융합된 형태로 준비할 수 있어 손쉽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으로 시작된 연구

김 박사는 이전 연구 주제의 실패가 이번 연구를 기획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2015년에 나노 기술을 공부하며 DNA 오리가미 구조체(DNA Origami)에 관심을 가졌고, 2016년 관련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박사양성사업에 선정되어 연구를 수행했다. 새로운 모양의 DNA 오리가미 구조체를 직접 설계했지만, 실험 단계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히며 더 이상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DNA 오리가미 구조에 단백질 조립체를 활용하고자 했지만, 이미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어 있었다. 

여기서 김 박사는 기존에 개발된 단백질 조립체는 암세포 인식과 사멸을 위한 기능화가 어렵다는 점과 작은 크기의 화학 약물에만 한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클라트린의 독특한 구조적 특징인 중쇄와 경쇄를 보며 이들을 암세포 인식과 암세포 사멸을 위한 부분으로 나누어 약물 전달에 활용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구 중 마주한 어려움에 관해 묻자, 김 박사는 “누구에게나 가장 큰 어려움은 ‘실패’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처럼 실패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과정에는 끈기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처음부터 스스로 기획한 주제이고, 박사학위논문의 주제이기도 하면서, 제1 저자로서 첫 번째 논문이라 가장 애착이 있는 연구다.”라고 전하며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에서 아낌없이 조언해주신 김학성 교수님의 마지막 졸업생으로 남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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